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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확실 시대의 더 나은 미래투자 [박세환의 빡센경제]

세상이 온통 불확실해지고 있다. 현재도 그렇고 미래는 더 그럴 것이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인플레이션, 고령화, 일자리 부족, 부채 증가, 경제불평등, 기후변화. 세상 모두가 불확실성의 짙은 안개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칠흑 같은 밤, 거친 바다에서 길잡이가 돼줄 별이나 나침반도 없이 항해하고 있는 기분이다. 여기서 불확실성(uncertainty)이란 앞으로 예상되는 여러 가지 상태들(states) 가운데 어떤 상태가 실현될지 모르는 상황을 지칭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금융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일까? 경제 불안은 고용 시장, 주택 시장, 투자 환경, 정부와 중앙은행 정책, 그리고 사회 내에서 기업의 역할 등 우리 삶의 모든 차원에 걸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다시 한 번 자산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에 대한 투자 마인드와 방법,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불과 몇 년 전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 때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평가할 수 있는 미국·유럽·일본 펀드를 무작정 외면한 것은 아닌지, 주식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예금이나 채권, 보험에서 인출해 주식 투자에 몰입하지 않았는지, 주식 투자도 잘나가는 한두 개 업종에 과도한 편입 비중을 가져가지 않았는지, 부동산에 올인(all in)한 결과 현재 주택 가격 하락과 고금리 속 담보대출 이자에 숨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런 경험이 있다면 더 나은 미래 투자를 위해 상식적인 투자 명언들을 다시 한 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산에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예·적금, 보험, 부동산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러나 투자자 대부분은 당장 수익률이 높은 자산들에 홀려 적절하게 자산 배분을 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1977~1987년 동안 미국의 82개 대형 연금의 운용 결과를 평가해 투자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규명한 개리 브린슨(Gary Brinson), 랜돌프 후드(Randolpf Hood), 길버트 비보워(Gilbert Beebower)의 분석 결과는 반드시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전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 요인의 91.5%는 자산 배분 결정인 반면 종목 선택은 4.6%, 매매 타이밍은1.8%라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소위 ‘몰빵’ 투자는 ‘필패’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을 적절히 섞음으로써 한쪽으로 쏠림 없는, 균형 있는 자산형태를 유지하고 예·적금과 보험, 채권 등 기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등한시하지 않은 채 적정 비중 이상을 반드시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이 예상한 것보다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과거와 달리 낮은 수익률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1996년 적립을 시작한 노르웨이 오일펀드(국부펀드·GPFG)의 운용 자산 규모는 약 1조2000억달러로, 세계 유수의 국부펀드 중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노르웨이 오일펀드는 전 세계 주식 1.3%를 보유한 ‘큰손’이다. 재원은 국민연금 등이 아닌 노르웨이 석유사업 수익금에서 만들어진다. 이 펀드는 가치투자의 정석을 보여주면서 ‘연평균 수익률 6%’라는 기적을 실현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내 집 마련 자금이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서 노르웨이 오일펀드의 투자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 오일펀드의 기적적인 수익률을 만들어낸 투자 공식은 ▷최소한 10년 후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라 ▷시장상황에 개의치 말고 꾸준히 일정액을 투자하라 ▷시장을 이기려는 생각을 접어라 ▷비용을 최소화하라 ▷주식과 채권의 비율은 7대 3이 적당하다 ▷지역과 산업을 분산해서 투자하라 ▷때론 리밸런싱(투자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하라 ▷윤리적인 기업에 투자하라 ▷투자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등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현재를 즐기면서 투자하는 것이 바로 노르웨이 투자공식이다.

특히 상황에 따른 신중한 리밸런싱은 필요하다. 한 번 정해진 자산 배분 비중을 계속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직장인도 노후자금을 자산 배분할 때는 은퇴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 20~30대에는 투자기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높여 가도 되지만,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을 줄여가기 위해 주식 비중을 점차 낮춰 나갈 필요가 있다. 만약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산 배분을 통해 자산과 종목 분산 투자가 적절히 됐다면 다음은 시간 분산 투자다. 그리고 시간 분산 투자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정액 분할 투자(Cost Averaging) 방법이다.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30분~1시간씩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이 1주일에 한두 번 몰아서 하는 운동보다 효과가 있는 것처럼 일정 금액을 시간 분산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줄임과 동시에 투자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월 100만원씩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렇게 하면 주가 수준이 높을 때는 소량의 펀드를 구입할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많은 양의 펀드를 구입할 수 있다. 주가 하락기가 적립식 투자를 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기회인 셈이다.

특히 적립식 투자는 위험을 축소하면서 장기적으로 절제된 수익을 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적립식 투자는 몇 개월 하다가 그만둬 버리면 분산 투자 효과가 거의 없으며 2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매입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 즉 코스트 애버리지(cost average)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불확실 시대의 또 한 가지는 역발상 투자(contrarian Investment)다. 역발상 투자 전략이란 쉽게 말해 시장의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이라는 말이다. 주식시장은 대외 변수에 따른 과매도(oversold)와 과매수(overbought)에 의해 주가가 내재 가치로부터 상당히 벗어나는 가격의 착오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역으로 이용해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역발상 투자 전략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내재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고 시장 분위기 등으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어떤 위험에도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결하고 성장을 지속해 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재의 침체기에도 저점 분할 매수를 하는 역발상 투자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투자의 귀재’인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워런 버핏도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금융주 리스크 확대 속에서도 최근 며칠 사이 미국 에너지기업 옥시덴탈페트롤리움 주식 약 800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최근 약 580만주, 총 3억5000만달러어치를 사들인 데 이어 또 한 번 추가 매입에 나서며 보유 지분율을 23%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옥시덴탈의 주가는 미국 은행 파산 사태로 인한 유가하락 여파로 동반 하락해 60달러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버핏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옥시덴탈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옥시덴탈의 주가는 지난해 두 배 이상 오르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가운데에서도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많은 변수가 발생할 때 투자자는 ‘효율적으로 판단하면’이라는 말로 합리화하며 목표와 투자 방법을 변경하기 일쑤다. 그러나 아주 적절한 자산 배분과 분산 투자, 역발상 투자를 했더라도 그런 원칙을 짧은 정보와 지식을 근거로 수시로 자의적인 판단을 해 변동시킨다면 이 또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흔히 이솝 이야기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의 이야기에 많이 비유된다. 빠르게 달리는 능력이 있는 토끼는 느린 거북에 경주에서 결국 지고 말았다. 토끼는 힘 있을 때 빨리 뛰고 힘이 떨어지면 쉬면서 잠도 잔 반면에 거북은 비록 스피드는 빠르지 못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원칙을 가지고 경주해 나간 결과다. 장기적이고 규칙적인 투자가 위험을 제한하면서 적절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성공 투자 방법임을 기억해야 한다.

종합해 보면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최소 2년 이상 중·장기 자산 운용 전략을 통해 적절한 자산 배분과 분산 투자 그리고 원칙을 지키면서 꾸준히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불확실성 시대 투자 혹한기에서는 투자의 원칙을 더욱더 곱씹어봐야 한다. 쉽지만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래도 필요하다. 다소 어려움이 있다면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본인의 자산 분석을 의뢰하고 목표와 계획, 운용 등을 위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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