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10구역 지급 예정 500억원이 최대 금액
여러 교회 보상·100억 이상 보상 사례도 다수
종교시설 보상기준 필요성과 특혜 우려 혼재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장위8구역 주민들은 최근 성북구청이 사랑제일교회의 구역 내 건물 매입을 불허했지만, 교회가 구청의 결정에 이의제기에 나설 가능성에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주민들은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수백억원대 보상금을 받기로 한 교회가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장위8구역에 오면 비슷한 일이 불거질 수 있다며 걱정해왔다. 한 주민은 “일단 구청이 불허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일단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내 재개발 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뿐 아니라 종교부지 보상이 핵심 갈등 요소로 자리 잡았다. 종교시설 보상에 대한 법적 규율이 따로 있지 않아, 양측이 원만히 협의에 이르지 못하면 사업 지연, 소송전으로 이어져 사업에 큰 지장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보상 기준과 관련한 입법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특혜 시비 또한 우려돼 별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5일 서울시가 국회에 제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 내 재개발 구역 17곳이 교회에 보상금을 지급했거나 지급 예정이다. 보상액이 정해진 14곳의 총 보상금 규모는 약 1331억8800만원이다. 개별 보상금 규모를 보면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이 교회에 보상 예정인 500억원이 최대 금액이다. 이어 홍제3구역 재개발 조합이 지급한 140억원, 흑석11구역 재개발 조합이 지급한 114억5600만원 등 순이다.
다수 교회에게 각각 보상금을 지급하는 사업장도 길음1구역, 장위10구역, 미아3구역 등 6곳이었다. 보상금이 총 100억원 이상 책정된 사업장은 5곳이었다. 미아3구역 사업장은 무려 4곳의 교회에 지급했거나 지급 예정인 보상액이 총 107억원에 달했다. 수색6구역 조합은 3개 교회에 약 113억6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소유자는 사업에 참여하면 조합원, 사업에서 이탈하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 종교시설 소유자라고 따로 구분되지 않는데, 종교시설의 특수성으로 보상을 놓고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아 서울시에서는 지난 2009년 ‘종교시설 처리방안’ 지침까지 마련했다. 재개발 사업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에는 종교시설에 대한 분양계획 및 이전대책이 담겨야 하는데, ‘존치’ 혹은 ‘이전’ 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서울시 지침에 따르면 종교시설은 우선 존치를 검토하되, 이전이 불가피할 경우 존치에 준하는 이전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기존과 같은 면적으로 용지(대토)를 제공하고, 현 종교시설 건물 연면적에 상응하는 건물 신축 비용, 사업 기간 동안 임시 장소 마련과 이전 비용 등을 모두 조합이 부담하도록 했다. 다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교회가 강제 이전돼야 하는 상황 등에서 양측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소송전까지 흐르게 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교회가 많이 있는 재개발 구역은 사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종교시설 보상 분쟁을 막기 위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도정법상 조합원, 현금청산자 등과의 형평성, 정합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반대가 있다. 가령 서울시 지침처럼 종교시설에 같은 면적 대지를 제공하도록 법으로 규율되면 개발 전후 토지 가치가 달라지는데 종교시설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다만 지자체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해, 사각지대에 놓인 종교시설 보상 기준을 논의할 필요성은 지속 제기된다. 이희창 법무법인센트로 변호사는 “도시정비법 등에 종교시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종교시설 보상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결국 입법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제3의 알박기 사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도 “기존 사례처럼 버티기에 들어가면 방법이 없다”며 “입법 시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지만 검토 필요성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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