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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매로 2억이나 비싸게 산 은마 이상하다고?” 손해가 아닌 이유 [박일한의 住土피아]
관심 커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 경매
의무 거주 2년 규제 적용 피해 투자자 관심
실거래가 반등한 4월 이후 낙찰가율도 상승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4㎡(이하 전용면적) 경매 결과가 화제입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경매였는데요. 50명 가까이 몰려 감정가 수준에 낙찰됐습니다. 12층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집값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직전인 지난해 5월 감정평가를 받아 같은 해 11월 감정가인 27억9000만원에 첫 경매를 진행한 이후 두 번 연속 응찰자가 한명도 없어 유찰됐던 물건입니다. 아시다시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이 급격히 악화돼 매수심리가 바닥이었던 상황이죠. 감정평가 시기가 집값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직전이었으니 꽤 높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시중의 급매물보다 비싸다고 여겨졌으니 응찰자가 줄어들 수밖에요.

서울에선 경매가 한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 입찰가를 20%씩 낮춰 다시 경매를 진행합니다. 이날 이 아파트 최저 입찰가는 두 번 유찰된 물건의 적용 기준인 감정가의 64%(17억8560만원)를 최저가로 경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 경매에서 보기 힘들 정도인 45명이나 응찰했습니다. 그리고 26억5288만9000원에 입찰한 김모씨가 새 주인이 됐습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5%가 넘었습니다. 거의 감정가 수준에 근접한 낙찰이었죠.

지켜보는 사람들은 조금 의아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 단지 같은 크기 아파트는 이달 4일 24억3000만원(9층)에 실거래됐습니다. 인근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은 24억~25억8000만원 정도입니다. 이번 낙찰금액이 시중 급매물이나 실거래가 보다 비싼 겁니다.

주택 매수자들이 경매시장을 들여다보는 건 매매시장보다 싸게 사기 위해서입니다. 경매를 통해 주택을 사는 절차는 매매보다 훨씬 복잡하고 돈도 더 들어갑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굳이 경매시장에서 시중 급매물 보다 비싸게 낙찰 받는 사례가 나타난 것일까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내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먼저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효과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은마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위치해 여기서 아파트를 매수하면 매수인은 의무적으로 해당 주택에 2년이상 거주해야 합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을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해 2년 의무거주기간 규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경매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경매를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이런 2년 거주 의무가 면제됩니다. 낙찰 받은 이후에 직접 거주할 필요 없이 전세나 월세 세입자를 받을 수 있어요.

사실 요즘 같은 시기에 강남의 수십억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금 여력이 충분한 다주택자인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의무거주 2년은 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40년도 더 된 노후아파트에 굳이 들어가지 않고 전세나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이점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토지거래허가구역 물건이라면 매매시장보다 1억~2억원 더 주고 경매를 통해 사도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작년 10월 저점을 찍은 이후 올 3월부터 꾸준히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낙찰된 크기는 작년 10월 21억원까지 거래됐다가 올들어 반등하면서 지금은 대부분 24억~25억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2021년 28억원 이상에도 거래된 만큼 시장 상황만 좋아지면 금방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게 투자자들의 생각일 겁니다.

사실 요즘 경매시장에서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의 인기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사람이 늘면서 낙찰가율이 뛰고 있죠.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18일 기준 서울 강남권 아파트 경매의 평균 응찰자수는 15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올 1~4월 월간 강남권 응찰자수가 평균 6.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많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평균 낙찰가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이달 같은 기간 강남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8.4%로 전월(77.0%) 보다 11.4%포인트나 뛰었습니다.

매매시장에서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거래량이 늘고 실거래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4월 이후 경매시장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 겁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요즘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올 들어 압구정동, 여의도, 목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아파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습니다.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는 만큼 경매시장에서 이들 물건의 인기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집값 회복 움직임은 경매시장에서도 서울 강남권, 여의도, 목동 등 인기지역 고가 아파트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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