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 일대 유럽 화학업계 주요 시설 몰려
“생산 차질시 국내 업계에 반사이익 가능성”
독일 쾰른시 인근을 흐르는 라인강의 모습. [AP=연합]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물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겨울 유례없는 이상고온으로 유럽 하천의 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봄철 가뭄까지 지속되며 악재가 겹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물 부족으로 인해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지역의 가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화학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6월 첫째주 독일 수상 운송의 길목인 남서부 카웁 지역에서 관측된 라인강 수위는 1.7m를 기록했다. 물건을 가득 실은 선박을 수송하는 데 필요한 최소수위인 1.5m가 임박한 상황이다.
라인강 수위가 40cm 이하로 감소할 경우 바지선의 운항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운송료 상승은 물론 공업용수 부족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화학업계 역시 독일의 가뭄 상황을 계속 주시하는 모습이다. 1300㎞에 달하는 라인강은 유럽 내륙 운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동시에 전세계 화학 제품들의 핵심 물류 통로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실제로 유럽 나프타분해설비(NCC)의 3분의 1이 라인강을 이용해 원료를 조달하고 제품을 운송하고 있으며, 일부 화학제품의 경우 글로벌 생산능력 대비 20% 이상이 라인강 지역에 밀집돼 있다. 세계 최대 화학 기업인 독일 바스프를 비롯해 이네오스, 코베스트로 등 주요 화학 업체들의 핵심 생산시설 역시 라인강 근처에 터를 잡았다.
라인강의 저수위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화학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 화학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게 되면 전세계 화학 제품값을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유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라인강 수위가 25㎝까지 내려가 수상 운송이 중단됐을 당시 우레탄 중간재인 TDI(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 가격이 2주만에 15% 급등했고, 국내 화학업계가 수혜를 입은 바 있다.
국내 주요 화학기업들이 몰려 있는 전남 여수산단 전경. [여수시 제공] |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유럽NCC 설비의 약 30%가 라인강을 이용해 원료를 조달하고 제품을 운송하며, TDI·가소제·산화방지제 등 일부 화학제품들은 생산설비의 20% 이상이 라인강 부근에 밀집해 있다”면서 “가뭄이 지속돼 라인강 수위가 낮아질 경우 유럽의 에너지·화학제품 수급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가뭄에 영향을 받는 화학제품군 가운데 TDI는 국내에서 휴켐스와 한화솔루션 등이 주로 생산하고 있다. TDI 외에도 애경케미칼의 가소제, 송원산업의 산화방지제 등도 라인강 저수위와 밀접한 제품군으로 꼽힌다.
반면 글로벌 화학사들이 장기 가뭄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속속 내놓으면서 반사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바스프는 최근 저수위에도 통행이 가능한 특수 선박을 건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선박의 폭은 135m에 달하며 저수위에도 많은 물량을 운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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