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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닐봉투 가방이 20만원, 누가 사?” 그런데 2500개나 팔려…뭐길래 [지구, 뭐래?]
미국 뉴욕에서 많이 쓰이는 일회용 비닐봉투 [AFP]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20만원 짜리 이 가방 알고 보니…”

못 쓰게 된 천이나 플라스틱 소재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새활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가 바로 가방이다. 트럭용 방수 천막이나 폐차의 안전벨트 등으로 만든 가방은 특유의 감성으로 수십만원 대의 가격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규제와 맞물려 일회용 비닐봉투를 엮어 만든 가방도 등장했다. 미국 뉴욕의 스타트업 ‘애니백’(Anybag)dms 노란 바탕에 웃는 표정이 들어간 가방을 148달러(한화 19만1360원)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회용 비닐봉투(왼쪽)과 이 디자인을 차용해 비닐봉투를 엮어 만든 업사이클링(새활용) 가방 [뉴욕타임스·애니백 홈페이지]

이 가방의 디자인은 뉴욕에서 흔히 쓰이는 일회용 비닐봉투에서 비롯됐다. 디자인뿐 아니라 주 재료 역시 일회용 비닐봉투다.

우선 일회용 비닐봉투를 길게 자른 뒤 열을 가해 긴 끈으로 만든다. 이 끈들을 베틀에 걸어 새로운 가방으로 엮는 것이다. 원재료는 얄팍한 비닐이지만 단단하게 엮은 덕에 최대 45㎏까지 견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통 가방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일회용 비닐봉투는 100개 이내, 무게로는 0.9㎏ 가량이다. 직원 한 명이 하루에 4.5~6.5m 분량의 비닐 끈으로 20개의 가방을 만들 수 있다.

소재는 일회용 비닐봉투지만 일일이 수작업으로 엮어야 하는 탓에 가격은 만만치 않다. 98~148달러(한화 12만~32만원) 대다.

비닐봉투를 실처럼 엮는 아이디어는 애니백의 업력에서 비롯됐다. 애니백의 딥 바그 대표(CEO)는 원래 아버지 대부터 가죽가공업체를 운영해왔다. 가죽 대신 일회용 비닐봉투라는 신소재로 눈을 돌린 셈이다.

일회용 비닐봉투로 가방을 만드는 과정 [애니백]

일회용 비닐봉투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뉴욕에서 해마다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봉투는 약 100억개로 추산된다. 처음에는 지인들로부터 비닐봉투를 얻어 쓰다가, 이후 지역 슈퍼마켓이나 학교 등에서 본격적으로 폐 비닐봉투를 수거했다.

일회용 비닐봉투 가방이 성장에는 시의성도 일조했다. 뉴욕에서 2018년 일회용 비닐봉투 금지법이 통과돼 2020년부터 시행됐다. 비닐봉투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가는 동시에 이를 재활용하려는 시도도 늘어나던 때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딥 바그 대표는 “일회용 비닐봉투가 기계에 쉽게 끼어 이를 수리하는 데 해마다 수백만 달러가 들기 때문에 재활용 업체들에겐 골칫거리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코로나19도 한 몫 했다. 감염병으로 도시 전체가 마비되면서 가죽 사업이 주춤한 때를 틈타 일회용 비닐봉투 가방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렸다. 2020년 시작한 애니백은 일년 만에 수익이 3배로 늘렸고, 현재는 자동화 설비를 개발 중이다.

애니백이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일회용 비닐봉투는 68만개(지난해 말 기준), 무게로는 5.8t에 달한다. 이 비닐봉투들은 약 2500개의 가방으로 새 주인을 찾았다.

판매량과 함께 유명세도 키워가고 있다. 아디다스, 랄프로렌 등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고 지난해에는 파리 패션위크 무대에 오르기까지 했다.

업사이클링 가방 프라이탁 [29cm]

이같은 업사이클링 가방의 성공 사례는 애니백뿐 아니다. 차량 소재를 갖다 쓴 ‘프라이탁’(Freitag, 독일어로 금요일이란 뜻)이 대표적이다. 프라이탁은 트럭의 방수 덮개로 몸체를 만들고 안전벨트를 끈으로 한 가방부터 노트북이나 휴대폰 케이스, 지갑 등을 판매한다. 새활용을 하니 쓰레기를 줄이는 데다 특성 상 모든 제품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에서 인기다. 가격은 30만원대 안팎이지만 전세계에서 해마다 30만개 이상 팔린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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