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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R&D비용 깎고 선심성 사업 늘린 내년 예산 문제 없나

국민의힘과 정부가 23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약자 복지 강화와 경제활력 제고, 미래 투자를 방향으로 한 내년도 예산안에 뜻을 모았다. 당정은 재정건전성은 지키되 약자 복지는 강화하는 쪽으로 예산안을 짜겠다고 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을 보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선심성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상당한 반면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연구·개발(R&D)예산은 확 깎였다. 재정건전성은 물론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제기초체력을 높이는 데에 제대로 힘을 싣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SOC예산부터 들썩이는 모양새가 걱정이다. 예산안을 보면 인천발 KTX 사업 및 경기 GTX-A 조기 개통,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충남 서산공항,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대구 도시철도엑스코선 신설, 광주 아시아물역사테마체험관 조성 및 전남 인공지능(AI) 첨단농산업융복합지구 등 굵직한 사업이 빼곡하다. 골고루 지역 안배도 이뤄졌다. 당정이 긴축예산 기조 속에서도 SOC사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한 것은 위축된 지역경제를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 성격도 있을 것이다. 지역의 교통난 해소와 일자리 창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지역표심과 무관치 않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이 지역구 챙기기에 나서면 이런 SOC예산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인프라사업은 거액의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예비타당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

대폭 늘어난 토목사업과 달리 연구·개발에 쓸 나랏돈은 올해보다 3조원 넘게 줄었다. 국가 연구·개발예산이 깎인 건 8년 만으로, 14% 가까이 줄인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바이오 같은 7가지 첨단 분야 예산은 대폭 늘리고 성과 하위 20%는 예산을 깎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연구비 나눠먹기나 쪼개기식 연구 등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필요하지만 효율성을 강조하는 성과주의 폐해를 간과해선 안 된다. 당장 정부 지원 등이 없으면 성장하기 어려운 기초과학 분야 예산이 6.2% 삭감돼 기초연구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다. 과학기술 성과가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라 탄탄한 기초연구 위에서 가능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선진국은 이런 보이지 않는 기초를 닦는 데에 더 공을 들인다.

나랏돈이 쓰여야 할 곳은 자명하다. 경제활력을 높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취약계층과 사회안전망을 살펴 국민생활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 현금성 살포나 경제성이 없는 사업과 인프라는 세금 먹는 하마로, 미래 세대에 짐이 될 수 있다. ‘선거 포퓰리즘 경계’는 예산 집행의 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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