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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쓰레기’ ‘사형’...다시 도진 정치권의 막말·극언

여야 막말 공방이 도를 넘고 있다. 상대방 국회의원을 향해 “쓰레기” “부역자” “빨갱이”라는 모멸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고 여당 대표는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는 극언을 쏟아내는 지경이다. 얼마 전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윤 대통령 쿠데타” 발언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민주당을 향한 “마약 도취” 극언에 이어 막말 경쟁이 더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지켜야 할 선마저 무시한 극언경쟁은 정치혐오만 불러올 뿐이다.

태영호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하는 민주당을 향해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지만 야당 의원의 “쓰레기” “부역자” 발언은 정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저잣거리의 난폭한 언어가 국회에서 여과 없이 터져 나오는 게 정상은 아니다. 더욱이 탈북 출신의 전직 외교관인 태 의원에 대해 북한 당국이 쓰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건 탈북자 전체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보일 소지가 다분하다. 태 의원이 “탈북자를 비하하는 현실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고 반발한 이유다.

집권여당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수위도 우려스럽다. 김 대표는 7일 부산에서 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이 대선 조작공작 게이트는 단순한 흠집 내기 차원의 정치 공세가 아니라 조직적·체계적으로 아주 치밀하게 기획된 대선 선거공작”이라며 “이 사건은 정·경·검·언 4자유착에 의한 국민주권 찬탈 시도이자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 기도로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김만배 허위 인터뷰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 진상을 소상히 밝히면 될 일이다. 언론사들도 사실관계를 파악해 잘못을 인정할 건 하고 있다. 그런데 여당 대표가 “사형” 운운하는 것은 과하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다.

말은 상황에 맞아야 설득력이 있는데 지나치면 오히려 의도했던 말뜻이 전달되기는커녕 갈등만 부추기게 된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여야가 경쟁적으로 독한 말을 쏟아내는 데는 강성 팬덤을 의식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언어를 대수롭지 않게 쓰다보니 언어 감수성이 떨어지고 더 거칠어진 것이다.

국회에서 막말과 극언이 난무해도 이를 코미디로 여기는 분위기도 문제다. SNS를 통해 주목도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어 경쟁적으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다. 당연해야 할 토론, 대화, 타협의 말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극언 막말 정치는 국민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다. 여야는 국민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극단의 언어를 멈추고 언어의 품격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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