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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정’의 표상이어야 할 선관위가 채용비리 온상이라니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중앙선거관리원회 부정채용 전수조사 결과는 충격 그 이상이다. 최근 7년간 선관위가 162회의 채용을 통해 384명의 경력직 공무원을 임용했는데 이 가운데 104회(64%)에서 비리 의혹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부정 채용된 공무원은 15%인 58명에 이른다. 적발된 비리는 모두 353건으로, 국가공무원법을 어겼거나 자체 규정에서 정한 공정 채용 절차를 위반했다고 한다. 권익위는 이 중 312건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28명은 고발 조치했다. ‘공정’의 표상이어야 할 선관위가 채용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셈이다.

선관위 부정 채용 행태를 보면 ‘비리백화점’이 따로 없다. 정규직이 된 5급 이하 28명은 1년 임기의 계약직 공무원으로 우선 채용한 뒤 규정된 면접 등 추가 전형 절차 없이 곧바로 전환됐다. ‘고시’를 통과해야 가능한 5급 임용에서도 무시험으로 전환된 경우가 3명이나 된다. 일반공무원 임용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선관위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졌던 것이다.

불법 편법 채용 비리는 이뿐이 아니다.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채용공고를 게재해 연줄이 없으면 외부에선 응시할 수 없도록 하는 방법도 동원됐다. 10일 이상이어야 할 공고기간을 4일로 단축하는 수법도 썼다. 자격 요건이 안 되는 응시자는 평점을 조작하거나 합격 기준을 바꿔가며 뽑았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면접위원 역시 외부에서 절반 이상 위촉해야 하는데 아예 내부 위원으로만 구성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나마 이번 전수조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선관위는 조사를 위해 권익위가 요구한 자료 대부분을 거부했고,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직원은 41%에 불과해 제대로 된 조사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선관위 채용 비리의 늪이 더 깊고 넓을 수 있다는 의미다.

헌법상 독립 기관이라는 이유로 선관위는 사실상 외부의 감시나 견제를 받지 않았다. 그사이 직원 3000명에 시군구 사무실까지 갖춘 선관위는 거대한 공룡 조직이 되고 말았다. 조직의 수장을 대법관이 비상근으로 맡다 보니 인사와 재정을 사무처가 장악하며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만 것이다. 희대의 소쿠리투표 소동이 벌어지고 채용과 금품 비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만연하는 이유다.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다. ‘뼈를 깎는 자성’ 정도로는 선관위의 깊어진 병을 치유하기 어렵다. 위원장을 상근화하고, 감사원 감사를 포함한 외부 견제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속히 마련해야 한다. 당장 내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선관위에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 선거관리를 맡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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