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교사 A씨의 추모제가 지난 15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모든 미래, 할 업무들이 다 두렵게 느껴진다", "자존감이 0 되어서 사람들과 대화도 잘 못하겠다",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너무 안 돼서 힘들다."
지난 1일 전북 군산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초등학교 A 교사의 유서에 적힌 내용이다.
18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A교사의 유서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은 메모 형태로, 지난 8월30일과 31일 작성된 것이다.
31일 유서에는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너무 안 돼서 힘들다', '모든 미래, 할 업무들이 다 두렵게 느껴진다', '개학하고 관리자 마주치며 더 심해진 것 같다, 늘 뭔가 태클을 걸고 쉬이 안 넘어가며 극P'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P는 'MBTI(성격유형검사)'의 한 갈래로, 즉흥적인 성향을 말하며 평소 계획적인 성격의 자신과 마찰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유족 측은 설명했다.
A 교사는 또 유서에서 '업무 능력, 인지 능력만 좀 올라왔으면 좋겠다, 나 잘했었는데. 군산 1등, 토익 고득점', '자존감이 0이 되어서 사람들과 대화도 잘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30일 유서에는 혼란과 안정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 상태를 적어 놓고 '폭풍 업무 오면 또 그렇게 될 거 같기도 하고'라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유서에는 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가 곳곳에 녹아 있었다.
유족은 A교사의 마지막 말을 전하면서 "교사들이 교육활동,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러면서 "작은 학교의 교사는 교육활동 이외에 다른 업무를 많이 맡는다"며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바란다"고 유서를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유족 측에 따르면, 평소 고인이 업무 스트레스를 언급하면서, 업무 가짓수가 너무 많아서 힘들어한 것으로 전해쟜다. 또 6학년 담임이라 수업도 많은데, 예산과 관련한 행정 업무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A 교사는 6학년 담임,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체험학습 외에도 학교 축제, 친목회 등 비공식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 교사는 사망 전 정신건강의학과를 두차례 내원해 상담 및 치료를 받았다는 전했다.
전북교사노동조합은 A 교사의 사인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보고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정재석 교사노조 위원장은 "고인의 생전 기록을 보면 업무 과다는 물론 특정 교원과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군산교육지원청이 사안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서 고인의 순직을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A 교사는 지난 1일 오전 군산 지역 한 교량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해경은 비상등을 켠 채 주차된 A 교사의 승용차 안에서 메모 형태의 유서를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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