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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까지 나섰다, “기후정의행진 동참!” [지구, 뭐래?]
최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923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기후정의행진 계획과 대정부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변호사들까지 기후위기 대책 촉구에 나섰다. 기후위기를 고민하는 변호사들은 오는 23일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다.

이들은 “심각한 기후 위기 상황에서 제기된 한국의 기후 소송에 대하여 여전히 사법부는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며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법부가 동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후 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정부와 기업에 저항하는 활동가들의 행동이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정당한 행위라는 점을 인정하는 사법부의 사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선언에 참가한 변호사들은 다음과 같다.

김건영(사단법인 기후솔루션), 김보미(사단법인 선), 김지림(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김현지(사단법인 기후솔루션), 박영아(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지혜(사단법인 플랜1.5), 윤세종(사단법인 플랜1.5), 이치선(법무법인 해우), 정신영(공익법센터 어필), 조인영(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최재홍(법무법인 자연), 최창민(사단법인 플랜1.5), 하지현(사단법인 기후솔루션), 황필규(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이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923기후정의행진 참가 선언문 전문이다.

기후 위기를 고민하는 변호사들 923기후정의 행진 참가 선언문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위기’를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2023년 인류는 어느 때보다 더 이러한 위험에 가까이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가 7월 중순까지의 온도가 역대 최고라는 관측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며 지구 가열화 시대를 선언하였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15도 상승하였고, 2023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여 이러한 점을 또다시 확인했다. 북극 해빙 면적은 1850년 이후 최소 수준으로 감소하였고, 전세계는 이상고온은 물론 역대 최강 사이클론과 태풍 등을 마주하며 신음하고 있다.

2020년 3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정부와 국회의 불충분한 기후대응이 청소년의 생존권, 환경권, 평등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 2021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 감축목표를 강화하였으나, 이는 여전히 국제사회가 합의한 지구평균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인 1.5도 목표를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재의 감축 목표 역시 기후 재난으로부터 청구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시민들이 또다른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최근에는 어린이들이 나서 새로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최초의 헌법소원이 제기된지 3년이 지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헌법재판소는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후 활동가들이 정부의 불충분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비판하고, 기업의 환경 파괴적인 사업활동을 반대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하기도 했다. 우리 법원은 각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자연의 가치와 기후 위기로 인해 침해되는 기본권 보다 기업의 재산권을 더 보호하는 취지로 기후 활동가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모든 분야의 힘을 모아 지금까지의 인간 중심,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을 바꿔야 대응할 수 있는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사법부도 동참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우르헨다 사건, 독일의 노이바우어 사건과 최근 미국 몬테나주 사건과 같이 정부가 기후위기를 대처할 충분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는 경우, 사법부는 그러한 정부 정책으로 인해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거나 당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사법부는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정부와 기업에 저항하는 활동가들의 저항권을 인정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장애인, 이주민, 빈곤층 등 이미 취약한 상황에 처한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정부와 기업에 대해 온몸으로 저항하는 활동가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지금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고 정당한 행위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 또한 사법부의 사명이다.

전 미 하와이주 대법관인 마이클 윌슨은 기후위기 시대 법원의 역할에 대하여 “판단을 지연해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유례 없는 불의에의 동참”이라고 말하며 “문제가 있으면 구제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하였다. 사법부의 시간도 지구의 시간과 동일하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12월 “기후위기는 직·간접적으로 인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증진하는 것을 국가의 기본적 의무로 인식하고, 기후위기를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함으로써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법제도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지난 8월에는 헌법재판소에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기후변화로 인해 침해되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위반되고, 포괄위임금지 원칙, 의회유보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제출하여 현재의 법제도가 기후위기로 인한 인권 침해를 막아내기에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기후 위기 시대, 이제는 지구 공동체와 우리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법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지구 공동체의 공존을 위해 우리 법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법조인들이 먼저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923 기후정의행진’에서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절박한 외침에 우리가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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