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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아파트 경매 7년 만에 ‘최다’
빌라 물건도 2006년 이후 최다
매매 감소·원리금 연체 증가 영향
양극화에 평균 낙찰가율 상승세

#. 지난달 20일 서울남부지법 경매5계. 빌라(연립 및 다세대주택) 81채가 무더기로 나와 경매를 진행했다. 같은 달 19일 이 법정에선 빌라 105채가, 14일엔 90채가 각각 나와 낙찰을 기다렸다. 요즘 서울남부지법에선 경매법정이 열릴 때마다 100채 전후 빌라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 지난달 서울 마지막 경매가 진행된 26일 서울서부지법에선 모두 17채의 아파트 경매가 있었다. 요즘 법원별 하루 진행되는 아파트 경매는 보통 5채 전후에 불과한데 이날 분위기는 달랐다. 은평구, 마포구, 서대문구 등 인기 지역 아파트 물건도 많았다.

경매시장에 주택 물건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매매시장에서 아파트, 빌라, 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택 거래가 급감하면서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이 늘어나고 있다.

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법원에서 경매를 진행한 서울 아파트는 216건으로, 전달(190건)보다 14% 늘었다. 2016년 6월(234건) 이후 7년 3개월만에 가장 많은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다.

같은 달 서울 빌라 경매 진행 건수는 908건으로, 전달(1095건)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다. 빌라 경매가 900~1000건 수준이었던 건 2006년 8월(1062건) 수준이다.

아파트나 빌라의 대체 주거수단 역할을 해온 주거용 오피스텔 빌라도 경매시장에 급증하고 있다. 9월에만 142건의 서울 지역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다. 이 역시 2006년 5월(174건) 이후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매시장엔 주거시설 물건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매매시장에 거래량 감소세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고 매매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경매시장에 물건이 쌓인다. 2021년 7월 0.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가 올해 3.5%까지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2019년, 2020년 무리한 대출을 통해 집을 산 주택 보유자들은 원리금 상환 압박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중 원리금을 연체한 주택 보유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고, 채권자들은 담보로 잡은 주택을 경매에 넘기면서 경매시장에 물건이 늘어나는 것이다.

주거시설 경매물건이 늘어나고 있지만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하락세다. 매매시장처럼 매물은 늘지만 매매가 줄고 있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9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31.5%로, 전월(34.2%)보다 떨어졌다. 같은 시기 빌라는 14%, 주거용 오피스텔은 11.5%로 여전히 10%대 낮은 낙찰률을 유지하고 있다. 물건이 늘었어도 경매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입찰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다.

아파트는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낙찰가율 100% 이상인 곳이 나오고 있고, 빌라도 재개발이나 신통계획구역, 도심지역 등의 물건엔 사람들이 몰려 평균 낙찰가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9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5.2%로, 전월(85.4%)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빌라는 80.9%로 역시 전월(82.4%)에 이어 80%대를 유지했고,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88%를 기록해 전월(87.4%)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시장도 매매시장처럼 한쪽에선 사람들이 몰리고 다른 쪽에선 유찰물건이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매매시장 변화가 빠르고 경매물건은 당분간 더 늘어날 전망이 대세인 만큼 무리한 입찰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일한 기자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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