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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반도체 공장에 농지까지 푼 日, 한국은 “규제혁파” 말뿐

대한상공회의소(상의)가 각종 규제 혁신 법안 처리에 국회가 나서 달라며 ‘킬러규제 혁신 입법과제’ 건의서를 5일 국회에 제출했다. 기업 활동과 투자를 막고 있는 장애물 해소를 위해 국회를 상대로 마지막 호소에 나선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노동시장 유연화와 균형 있는 노사관계를 위한 입법과제를 제안했다. 기업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다.

상의의 건의서에는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연간 100㎏ 이상에서 유럽연합(EU) 기준인 1t 이상으로 완화하는 환경규제 합리화와 산업단지 입지규제 완화, 외국인 고용규제 개선 등 5개 분야, 97건의 입법과제가 포함됐다. 대형 마트의 영업휴무일 온라인배송이나 무인배송 허용 등은 생활편의나 신산업 육성 차원에서 진작 풀었어야 하는 것들이다.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산업단지 입지 완화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능하고 외국인 고용규제 완화는 중소기업들의 구인난 해결에 직접 도움이 되는 법안이다. 오랫동안 기업들이 요구해온 것들이다.

정부도 규제혁파를 내세우며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8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산단 입주 업종 제한, 화학물질 등록 의무 기준 등 킬러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 물꼬를 트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로선 하위 법령을 고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국회가 법을 고치거나 만들어야 하는데 개중엔 수년간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들이 적지 않다. 국회가 할 일을 방기한 것이다.

반면 일본은 바삐 움직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50년 넘게 공장을 불허해온 농지나 임야도 환경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반도체나 배터리 등 전략물자공장 건설을 허용하는 규제완화책을 내놨다. 기업들이 공업용지 부족을 호소하자 즉각 그린벨트를 푼 것이다. 1년 넘게 걸리던 인허가 절차도 4개월로 줄이고 인프라 조성까지 첨단 산업 지원에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해묵은 규제에 묶여 기존 공장의 첨단 산업으로의 전환도 쉽지 않은 우리와 대조적이다.

규제를 풀어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경쟁력이 높아지고 투자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생긴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첨단 산업 분야는 투자타이밍이 중요하다.시간싸움에서 한 발 뒤처지면 따라잡기기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규제완화와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제도는 기술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현실에 맞게 손보고 묶인 것들을 풀어나가는 게 필요하다. 규제가 혁신생태계를 망가트려선 안 된다. 저성장 입구에 서 있는 우리로선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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