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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주 한잔에 1만원이요?” 호프집도 망하게 생겼다 [지구, 뭐래?]
맥주 잔을 부딪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맥줏값 도대체 어디까지 오르는 거야?”

맥주 가격이 뛰고 있다. 생맥주 한 잔, 병맥주 한 병당 3000~4000원은 옛말, 6000원은 줘야 마실 수 있게 됐다. 최근 국내 맥주 출고가가 인상되면서 ‘맥주 7000원’이 현실이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맥주 가격 인상의 원인 중 하나는 원재료 값 상승이다. 맥주의 주 재료인 홉은 전량 수입하는데, 가격이 해마다 오르는 추세다. ㎏당(3분기 기준) 2020년 2만3709원에서 2021년 2만5530원, 지난해에는 3만334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맥주 값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맥주의 주 재료인 홉이 기후변화, 특히 가뭄에 민감해서다. 이같은 추세라면 홉의 생산량이 최대 35%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맥주 잔을 부딪치는 모습 [인터넷 캡처]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0일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유럽 전 지역에서 2021~2050년까지 홉 생산량이 12~3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슬로베니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부 유럽에서 감소 폭이 컸다.

맥주 특유의 쓴 맛과 풍미, 거품을 내는 성분이 들어있는 필수 원료가 바로 홉이다. 생맥주를 주로 판매하는 ‘호프집’도 이 홉에서 비롯됐을 정도다. 생맥주, 특히 수제 맥주의 맛은 홉의 품질에 따라 달라진다.

홉은 주로 위도 33~35도, 이른바 ‘맥주 벨트’로 불리는 지역에서 생산된다. 그 중에서도 유럽의 독일, 체코, 슬로베니아 등지는 연 평균 기온 8~10도, 강수량 550~1050㎜의 온화한 대륙성 기후를 갖춰 최적의 홉 재배지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지역의 홉 농사 시작일이 1970년보다 2018년에 13일이나 당겨졌다. 이 같은 기후 변화는 홉 생산량과 직결됐다.

연구진은 “홉의 재배는 적합한 환경 조건을 갖춘 좁은 지역에 국한돼 있다”며 “폭염이나 극한 가뭄이 늘어날 가능성에 따라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영향을 받을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맥주의 주 재료인 홉이 주로 재배되는 지역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

연구진은 1971~1994년과 1995~2018년의 독일, 체코, 슬로베니아 주요 홉 재배지 5군데의 연평균 생산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당 130~270㎏ 홉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적게는 9.5%에서 많게는 19.4%까지 생산량이 줄어든 셈이다.

홉 생산량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2018년에서 2050년에는 홉 생산량이 18.4%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맛없는 맥주가 될 확률은 더 크다. 맥주의 풍미를 결정하는 건 홉에 들어있는 알파 산이라는 성분인데 가뭄에 취약하다. 기온은 높아질수록 강수량은 줄어들수록 홉에 함유된 알파산의 함량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알파산의 함량은 10.5%에서 최대 34.8% 감소했다.

연구진은 “농업 가뭄이 남부 유럽에서는 높은 확률로, 중부 유럽에서는 중간 확률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산량 감소에 대비해 홉 생산 면적을 현재보다 20%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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