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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블 종류만 4개씩” 쓸데없이 넘쳐나는 충전기, 나만 이래? [지구, 뭐래?]
멀티탭에 꽂혀있는 스마트폰 등 충전기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보조 배터리는 5핀, 이어폰은 C타입, 여기에 아이폰까지.”

정신이 없다. 충전할 기기는 넘쳐나는데 또 제품마다 충전 케이블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가방에 충전 케이블을 몇개씩 들고다니기 일쑤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무선 이어폰, 스마트폰용 보조배터리와 노트북까지 들고 다니는 직장인 A씨는 매일 잠들기 전 모든 전자기기를 충전하고 출근 길에 걷어간다.

A씨는 “10년 가까이 쓰는 보조 배터리는 5핀, 제조사가 다른 무선 이어폰, 노트북까지 충전 단자가 달라 번거로워도 매일 일일이 충전해야 한다”며 “케이블은 쉽게 단선되는 소모품이라 망가진 케이블, 새 케이블들이 서랍에 엉켜 있다”고 했다.

충전기 4개를 사용하는 건 이제 평범한 일이 됐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충전기와 충전선이 평균 4.34개로 조사됐다.

번거로움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충전기들도 결국 쓰레기라는 점이다. 충전기를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졌다.

폐충전기 및 폐충전선 [녹색연합]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세계 전자폐기물 없는 날’을 맞아 지난 14일 공개한 전자기기 사용 현황에 따르면 전국 106개 가구에서 보유 중인 충전기와 충전선은 총 1238개. 가구당 평균 11.67개, 1인 당 4.34개다.

충전기뿐 아니라 휴대전화, 헤드폰, 디지털카메라 등 모든 전자기기로 넓히면 가구 당 보유 중인 전자제품은 평균 63개. 이중 13.8개는 작동은 되나 사용하지 않는 기기였고, 2개는 고장이나 파손으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전자제품 쓰레기가 전세계에서 연간 5740만t(2021년)씩 버려진다. 내년, 내후년에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전자제품 쓰레기가 늘어나는 속도는 전세계 인구 성장률의 3배 수준이다.

전자제품 쓰레기도 결국은 쓰레기이니, 이를 해결할 방법도 같다. 쓰레기 자체를 최대한 줄이고, 나온 쓰레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다시 충전기로 돌아가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무선 이어폰 등 소형 전자기기의 충전 케이블 단자를 통일하는 방법이 있다. 별다른 노력 없이 충전기 서너개를 하나로 줄일 수 있다.

배타적인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애플이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아이폰15’부터 충전케이블을 기존의 8핀에서 C타입으로 변경했다. 이같은 변화는 내년부터 휴대용 전자기기의 충전 규격을 통일하도록 개정된 유럽연합의 법이 있다.

녹색연합은 “국제적인 흐름을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생산 및 판매하는 기기에 대해서 통일된 충전기 단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 제·개정이 마련돼 한다”고 밝혔다.

폐스마트폰 [녹색연합]

그 다음은 재활용이다. 사실 전자기기은 ‘도시광산’으로 불릴 정도로 값 나가는 쓰레기 대접을 받는다. 금, 은, 팔라듐, 로듐, 구리, 코발트 등의 희귀 금속을 얻을 수 있어서다. 이를 활용하면 천연 자원을 새로 발굴하는 것보다는 환경친화적으로 전자기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전자제품 쓰레기를 일반쓰레기나 플라스틱 등으로 버릴 경우 내부의 금속 물질들이 독이 된다. 중금속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물론 처리 과정에서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파트 내 설치된 소형 폐가전 수거함 [녹색연합]

그러나 녹색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는 폐가전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개 미만이거나 아주 작은 전자기기는 전용 배출함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수거함이 많지 않다.

환경부 등은 폐전자기기 배출을 돕기 위해 전국 4505곳에서 중소폐가전 수거함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68%는 아파트, 17%는 가전 판매점, 15%는 지방자치단체에 있어 주택가 등에서 접근성이 높지 않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슈퍼마켓에 오래된 휴대전화, 손전등, 전기면도기 등을 회수하도록 했다. 녹색연합은 “아파트 외 다른 수거처가 확대되어야 하며, 시민들의 편의성을 제고해 수거처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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