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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불안한 경기에 금리 또 동결...인플레 장기화 대비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2·4·5·7·8월에 이어 6연속 동결이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원/달러 환율 상승세, 2%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 다시 불거진 고물가 등은 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지만 경기회복이 더딘데 엎친 데 덮친 격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동결 쪽으로 기운 배경이다.

경상수지가 8월까지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등 수출은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경기의 한 축인 내수는 고물가 그늘에 갇혀 기력을 잃고 있다.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7월보다 0.3% 떨어져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동안 정부나 한은이 기대해온 ‘상저하고’ 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경기위축과 이자부담 가중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 인상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가계부채 증가가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때문인데 금리를 더 올린다고 가계부채가 줄어들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금리를 더 올리면 이자부담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을 키울 우려가 더 크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때 시행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청구서가 지난달부터 날아오면서 10월 위기설까지 나돈다. 2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358조원 불어났고, 연체액도 역대 가장 많은 7조3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따른 과잉 유동성, 이상 기후,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복합 작용해 발생한 세계적인 ‘1차 고물가 파동’에 이어 ‘2차 물가 파동’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2.3%로 연중 저점을 찍고 8월 3.4%, 9월엔 5개월 만에 최고치 3.7%로 올라섰다. 이는 ‘나 홀로 호황’으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과 같다. 한국 물가 오름폭이 미국과 같거나 높아진 건 6년여 만이다. 김치플레이션, 우유플레이션, 설탕플레이션 등 고물가를 상징하는 표현이 쏟아진다. 설상가상으로 이-팔 전쟁에 ‘이란 참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고물가는 서민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다. 물가 상승이 경기침체와 맞물리면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갇힐 수 있다. 정부는 한은의 기준금리 6연속 동결이 가계부채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고육책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고물가는 외생 변수가 많아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다. 정부는 재정의 역할 확대와 함께 물가 불안에 대한 실효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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