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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근로시간 개편, 더 소통하고 보완하되 개혁 후퇴 안된다

정부가 추진하던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이 결국 한 걸음 물러서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현행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되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단위를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다만 세부 방안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애초 정부의 개편 방향은 근로시간 산정 단위를 지금처럼 주간이 아닌 월간, 반기, 연간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주 69시간제’ 논란이 커지면서 동력을 잃었고, 8개월만에 다시 내놓은 개선안이 이런 정도라면 알맹이 없는 ‘맹탕’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정부 발표는 고용노동부가 근로자와 사업자는 물론 일반국민 등 6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가 그 토대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주 52시간제의 개편 필요성은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핵심인 주 단위 연장근로기간을 확대하는 것에는 노사 모두 찬성 의견이 높았다. 특히 제조업, 건설업과 연구공학기술직에서의 요구가 많았다. 계절적 요인과 일의 양 등이 반영된 현실적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찬성의 비율이 절반에 못 미쳐(46.4%)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정부가 대상 업종과 연장근로 산정기간을 제시하지 않고 모두 노사정 대화에 넘긴 것은 이런 까닭도 있었겠지만 책임회피 측면이 강해 보인다.

문제는 노사정 대화가 얼마나 신속하게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선언은 다행이나 대화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대상 업종과 직종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 간 합의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대화 방식과 기한도 정해진 게 없다. 자칫 시간만 끌다 개혁 자체가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근로시간 개편은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1호’ 사안이다. 일이 많을 때는 몰아서 하고, 그만큼 충분한 휴식을 갖자는 게 그 취지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제도를 융통성 있게 운용하려면 연장근로 단위를 적어도 반기나 연간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수다. 노사정 대화에서도, 정부의 최종 개편안 도출 과정에서도 취지가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 많은 대화와 소통으로 노사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정교한 방안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에 대한 신뢰다. 50시간이든, 60시간이든 일을 추가로 했다면 그 보상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믿음이 있어야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휴식보장권 등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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