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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동양적 가치, 웰니스 호텔 기회”
한이경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
20년간 호텔·리조트개발 진두지휘
한국 신화·온천문화, 치유공간 부상
한이경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국내 호텔들이 한국 특유의 문화를 잘 활용한다면 웰니스 호텔의 새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정아 기자

‘호캉스(호텔+바캉스)’붐을 타고 승승장구했던 한국의 호텔들이 지난 몇년 사이 수영장 입장료를 별도로 받기 시작했다. 숙박료를 지불하더라도 수영장 이용 요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성수기 기준 수영장 이용료는 서울 신라호텔이 12만원, 반얀트리 호텔이 8만2500원이다.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은 8만원, 워커힐 호텔은 5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서울 밖으로 시선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인천 네스트 호텔은 최대 5만2000원, 제주 글래드 호텔은 3만원,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은 2만5000원을 받는다.

“한국에만 있는 너무 생경한 호텔 정책입니다. 국내 호텔 오너들이 공간 디자인이나 안전 수칙을 후순위로 타협하면서 무조건 수영장은 만들어야 한다고 달려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20여년간 미국, 아랍에미리트, 중국 등에서 메리어트·힐튼·스타우드 호텔 등 약 40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개발한 한이경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는 이른바 ‘돈 되는’ 사업에만 단기적으로 접근하는 주먹구구식 호텔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한 대표는 1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익숙한 틀을 깨고 시선을 2도만 틀면, 새롭게 볼 수 있는 한국만의 자산이 많다”며 “호텔 패러다임이 바뀌는 지금이 변화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의 서비스를 추구하는 국내 특급호텔도 변화의 흐름에 순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포시즌스, 페어몬트, 몬드리안 등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 호텔도 한국에 조성되면 수준이 하향 조정된다”며 “이런 결과는 호텔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 더 나아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을 지목하며 입구가 너무 좁아 차가 자주 밀린다고 꼬집었다. 또 호텔에 있는 라운지 테이블의 높이도 의자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은 내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포시즌스 브랜드가 아니다”라며 “다른 나라에서 포시즌스를 경험한 투숙객이 한국 포시즌스에 실망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아쉬운 사례는 더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알려진 프리츠커상을 받은 자하 하디드는 자신이 설계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는다. 서울 여의도 파크원을 설계한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 경도 포트폴리오에서 파크원을 소개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한국에서는 공간 철학을 구현하는 크리에이티브 건축 총괄이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국내 시공사의 하청이 된다”며 “호텔 오너가 건축 디자이너를 직접 고용하고, 브랜드 디자인부터 명확하게 정의하는 세계적인 흐름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의 지적은 한국의 호텔 산업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 못하는 현실을 투영한다. 한 대표는 “한국에는 브랜드 성격이 명확한 호텔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국내 특급호텔의 시그니처를 정의하려 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한국의 관광 산업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려면 1박에 15만~20만원 내외의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을 공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호텔은 한국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가격이나 별 개수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럭셔리 호텔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대표는 “한국의 영지, 신화, 온천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놀라웠다”며 “이를 호텔이라는 공간 사업 또는 관광 산업과 결합하면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치유의 공간을 의미하는 웰니스(Wellness·종합적 건강)라는 개념이 전 세계 호텔의 지향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한국이 보유한 ‘오리진(Origin·근원)’을 잘 활용하면 웰니스 호텔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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