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운임 하락 탓, ‘선방한 결과’지만
인수 의향 동원·하림에는 ‘무거운 짐’
HMM 컨테이너선이 선적 작업중이다. [HMM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우·김민지 기자] 국내 최대의 컨테이너선사인 HMM과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지난 3분기 매출액 감소 폭이 가장 큰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국적 해운선사 상당수가 영업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했던 불경기 여파가 반영된 결과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실적과 관련 향후 HMM 인수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가 진행한 3분기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실적 집계에 따르면 매출액 감소가 전년 동기 대비 가장 컸던 기업은 HMM(-58.4%)과 HD현대오일뱅크(-43.4%), 팬오션(-39.5%)이었다.
각자 컨테이너선 사업과 벌크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HMM과 팬오션이 시황 여파로 매출액이 감소했고, HD현대오일뱅크는 ‘원유정제설비 정기보수(8월10일~9월18일)’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HMM이 올해 3분기 거둔 실적은 매출액 2조1266억원, 영업이익은 758억원이었다. 팬오션은 3분기 매출 1조1116억원, 영업이익 79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HMM이 3.6%, 팬오션이 7.2% 수준이었다.
이는 해운업계 부진이 반영된 결과다. 통상 해운업계에서 3분기는 ‘성수기’로 여겨지지만, 컨테이너 해상 운임(SCFI) 지수가 3분기 평균 986을 기록하며, 지난해 3분기 대비 70% 하락하는 등 부진한 시황이 이어졌다.
해외 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세계 1위를 호령해 왔던 머스크를 비롯해 이스라엘 국적의 컨테이너선사 짐라인 등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동북아권에서는 일본 해운선사인 ONE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6%로 HMM·팬오션보다 낮고, 대만의 완하이(Wan Hai)는 2분기부터 적자 상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의 경우에는 2020년부터 초대형선 20척을 투입하면서 1만TEU급 이상 선복량을 늘려두면서 그나마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다”면서 “다른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경 규제 대응에 있어서도 우리 해운선사들은 대응 속도가 빨라, 여기에서 오는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나 리스크도 적었다”고 설명했다.
HMM이 보유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HMM 제공] |
다만 업계에서는 HMM의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주도하는 HMM 경영권 매각전에 참여한 기업에는 이같은 시황 악화가 부담스러운 요소로 작용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HMM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은 재계 순위(기업집단 공정 자산 기준) 27위인 하림그룹과 54위인 동원그룹이다. 19위인 HMM보다 모두 순위가 떨어진다. 이들이 지난 23일 본입찰 당시 써낸 입찰가격은 6조3000억~6조4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기업은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인수 금액 상당 부분을 충당할 예정인 가운데, 해운업 시황부진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두 기업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물류 계열사를 통해서 HMM과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이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원그룹은 물류 계열사인 ‘동원로엑스’와 터미널시설인 ‘부산항만 터미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자체로는 HMM과 시너지를 낸다고 보기 어렵고, 동원그룹이 HMM을 인수할 경우 ‘부산항만 터미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업계 평가다.
하림그룹은 해운 자회사인 ‘팬오션’을 보유하고 있다. HMM이 컨테이너선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어, 하림그룹 인수 시 벌크선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그림도 가능하다. 하지만 시황 부진 속에서는 되레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사업의 동반 부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 모두 HMM의 성장에 추가로 금액을 투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기업이 아니다”라면서 “현재 해운 시황을 감안했을 때, 인수를 통해서 사업 리스크도 짊어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업계 일각에서는 꾸준히 HMM 인수 유찰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본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재무 상태, 경영 능력, 사업 운영 계획 등을 종합 검토하는데, 인수 희망 측 능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다른 대기업이 인수전에 새롭게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한경협 집계에서 100대 기업의 총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17조8231억원, 35조87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0%, 영업이익은 20.5%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 감소 폭이 매출 감소 폭의 3배를 상회해 눈길을 끌었다. 평균 영업이익률도 5.8%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