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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담대 급증했는데 수십조 정책대출
11월 525조...10월 대비 3.8조 ↑
청년·신혼부부에 대출공급 추진
금리 하락에 수요 자극 우려 커져

정부가 청년·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수십조원 규모의 정책대출 공급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이같은 조치로 가계부채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저금리 정책대출이 올해 가계부채 급증의 주원인으로 작용한 데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확대 추세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담대 ‘최대’ 증가폭 기록했지만...‘부채축소’ 노력은 차츰 반영=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잔액은 525조1076억원으로 전달 말(521조2264억원)과 비교해 3조8812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월별 최대 증가폭을 보인 지난 10월(3조3676억원)과 비교해서도 5000억원가량 높은 수치다. 이달 들어 올해 가장 빠른 속도의 주담대 증가세가 나타난 셈이다.

주담대 증가세는 가계대출 확대로 직결되고 있다. 이미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인 가계부채는 주담대를 필두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말(1871조1000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주담대 잔액은 1049조1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계부채가 계속 불어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대출 관리를 요구한 데 이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예고하는 등 부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가 변동할 위험을 가정해 한도를 축소 강화하는 방안이다. 은행들도 일부 대출 상품의 한도를 조절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부채 조이기’의 효과도 차츰 나타나고 있다. 이달 보름 만에 3조5000억원이 늘어났던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4일 기준 688조6598억원으로 다시금 9000억원가량 감소세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감소세가 나타난 데다, 중순 이후 주담대 증가세도 다소 주춤한 영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에서 금리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면서도 “대출 규제에다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나타나며,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는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조원 정책대출에 가계부채 ‘빨간불’...“취약계층 외 차주 고려해야”=하지만 최근 정부서 정책대출 공급책을 연달아 내놓으며, 다시 가계부채 확산세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2년 이내 출산한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최저 연 1.6% 금리의 정책자금대출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추산한 예산 규모는 총 26조원으로 올해 인기를 끈 특례보금자리론 규모의 3분의 2 수준이다.

청년 대상 대출정책도 시행된다. 정부는 ‘주택드림청약통장’을 신설하고 1년 이상 납입한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최저 연 2.2%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규모는 20~30조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해당 정책들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청약대출의 경우 분양가 80%까지 대출을 제공한다. 정부의 정책대출로 다소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세다. 올해 40조원 규모로 공급된 특례보금자리론은 가계부채 급증을 이끈 주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신생아·청년 대출 규모만 해도 이를 뛰어넘는 50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만약 해당 상품들이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이 흥행을 기록할 경우, 가계부채 확대는 피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 수십조원 정책금융이 공급되는 것에 더해, 해당 수요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며 일반 소비자들의 ‘영끌’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금리 상황도 심상치 않다. 올해 마지막으로 예정된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동시에 장기 채권금리 안정화에 따른 주담대 금리 하락세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82~6.22%로 9월 말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저 3%대를 회복했다. 추가적인 주담대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총량과는 무관하게 정부에서도 청년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자체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해당 정책으로 인해 여타 차주 등의 위험성이 커지지 않도록 일반 대출에 대한 DSR 강화 정책을 지속하는 접근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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