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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 없는 것도 서러운데” 이대로 뒀다가는 큰일…위험에 빠진 지방 병원들 [지구, 뭐래?]
최근 화재가 발생한 경북 한 병원의 모습 [연합]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경북 문경시 산북보건지소, 땅끝 마을 전남 고흥군의 동강보건지소. 의료 취약 지역에서 공공의료체계를 지탱하고 있는 곳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문 닫을 위기라는 경고가 나왔다. 그것도 세계적인 조사에서다.

환자나 의료진이 부족해서일까? 물론 이 역시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이와 무관한, 더 까다로운 난제가 제기됐다.

집중호우나 홍수, 해수면 상승, 대형 산불 등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극심한 재난에 노출돼 있어서다.

강원도 속초시보건소, 삼척시보건소 등도 기후변화 앞에서는 처지가 다르지 않다. 전국에 46개의 보건소 및 보건지소들은 당장이라도 기후 재난으로 폐쇄될 수 있는 위험에 처했다.

경북 문경시 산북보건지소 [구글맵]

호주의 분석기관인 상호의존이니셔티브(XDI)에서 최근 발간한 ‘글로벌 병원 인프라의 물리적 기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은 보건소 및 보건지소(2020년 기준)는 46개소다.

XDI는 병원이 위치한 건물의 설계 수명을 보고 2020년, 2050년, 2100년에 폐쇄될 가능성에 따라 고위험군, 중위험군, 저위험군 3가지로 구분했다.

인천(1개소), 경기(3개소), 강원(8개소), 충북(5개소), 충남(12개소), 경북(7개소), 전북(7개소), 전남(3개소) 등 46개소 보건소 및 보건지소들은 이미 2020년부터 기후 재난으로 건물이 전부 또는 일부 폐쇄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한다면 고위험군 보건소 및 보건지소는 2050년 76개소, 2100년 90개소로 늘어난다.

의원급 의료기관들도 마찬가지다. 2020년 기준 고위험군 의원급 의료기관은 164개 있다.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2050년 276개, 2100년 347개로 증가한다.

국내 모든 병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9800개 병원 중 고위험군 병원은 2020년 364개에서 2100년 737개 두 배 이상이 된다.

문제는 기후 재난에 취약한 보건소 및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지방 소도시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2020년 기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보건소 및 의원급 의료기관은 서울과 부산, 대구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의사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는 해외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많은 편이다. XDI는 전세계 20만 216개의 병원의 폐쇄 가능성을 조사했는데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국가 중 고위험군 병원이 네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XDI는 기후변화로 재난은 물론 각종 전염병이 확산하는 가운데 의료 체계마저 붕괴될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따른다.

이들은 “기후변화가 의료 시스템의 안정성도 위협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고위험 병원을 확인하고 추가 분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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