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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기대만큼 우려도 큰 2024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월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다사다난했던 2023년도 저물어 간다. 언제 끝날지 기약 없던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일단락되며 11월 FOMC를 기점으로 금융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실물부문 또한 작년 하반기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던 반도체 시장이 개선 기미를 보이며 수출을 중심으로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중국의 부양책 등이 2024년 국내 경기회복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또 글로벌 차원의 물가급등으로 긴축 기조로 일관했던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물가하락과 실물경제 둔화를 고려해 빠르면 내년 2분기부터 금리인하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된다. 얼핏 보면 내년은 긴 터널을 빠져나와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맞이해 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우선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일단락을 시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수준을 고려해 상당 기간 현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향후 경기가 시장 전망처럼 점진적인 하향 추세로 전환되더라도 높아진 물가 수준과 기간프리미엄 확대로 과거 대비 높은 수준에 정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또 시장에서는 간과하고 있으나 2025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연준의 자산축소 과정은 금리인상과 유사한 경제 파급효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채권을 보유한 투자기관들의 유동성 위험과 기간 위험을 증대시키며 시장 변동성 확대를 촉발시킬 전망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시중금리가 금리인하 기대를 선반영하며 일부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과거 보다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고 팬데믹 기간 급증한 부채 부담은 해소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 과정에서 나타난 신용 차별화 현상은 취약 계층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그럼 금융부문은 어떨까. 글로벌 차원에서 봤을 때도 고금리 환경 장기화는 저신용 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초래하며 리파이낸싱(차환용 채권 발행) 과정에서 부실 위험을 증대시킬 전망이다. 초저금리 환경이었던 팬데믹 기간 저신용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자금이 집행되었고, 내년부터 해당 자금의 만기가 급증한다는 점은 시장 우려를 높이는 부분이다.

또한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영업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오피스를 중심으로 상업용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어, 부실 규모 확대에 따른 신용위기 촉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고금리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가운데 재택근무 확대로 사무실 수요가 급감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중소형 은행들은 예금액 대비 상업용부동산 대출 비중이 37.3%에 달해 관련 대출 부실 확대 시 올해 3월에 발생했던 은행발 신용위험 확산이 재차 급부상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금리수준이 투자채권 미실현손실에 기반한 대차대조표 부실로 다수의 은행이 파산했던 금년 3월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점은 연준의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종료 시 언제든지 시장 불안이 재현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국내는 어떨까. 우선 주택가격 상승 사이클과 맞물려 급증한 가계부채와 팬데믹 기간을 전후로 급증한 자영업자 부실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비율, 압도적으로 높은 변동금리 비중 하에서 시중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맞물리며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어느 국가보다 높은 상황이다.

다행히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전환되고 상생금융 차원의 지원책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부채의 절대규모와 부동산 시장과의 높은 연계성, 취약계층의 재무건전성 악화 등을 고려할 때 고금리 장기화는 연체위험을 높일 전망이다.

또 작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진 부동산PF 부실 위험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금융권의 자구책으로 일단 급한 불은 꺼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전제되지 않고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고 신용위험을 반영해 조달 금리가 큰 폭 상승해 부실 위험이 이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분양주택 증가와 더불어 분양률이 하락하고 있고, 비주택 부동산 시장의 침체 장기화, 건설사 재무건전성 악화 등을 고려할 때 고금리 장기화는 브릿지론을 비롯한 2금융권의 PF 대출 부실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연준의 피봇 기대 확산과 반도체 경기 회복이라는 양축에 기반해 국내 경기 또한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증대되며 금융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누적된 긴축효과의 시차 발현이 본격화될 2024년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글로벌 차원의 정부부채 증가세, 탈세계화, 공급망 분절,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금리 하락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회색 코뿔소(gray rhino)’와 같은 변수이다. 만반의 준비와 극세척도(克世拓道 :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감)의 자세로 새해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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