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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 빼든 최태원…인적쇄신·한일협력으로 반도체·배터리 ‘드라이브’ [비즈360]
주력 사업 부진에 대규모 인사…‘젊은 리더’ 전진 배치
해외사업 무게추도 中→日…‘한일 경제협력체’ 제안도
“한일, 반도체·배터리·신재생에너지 등 협력 시너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열린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반도체·배터리·바이오(BBC) 사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었다. 주력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세대교체 카드를 꺼내드는가 하면, 한일 경제연합체 구성을 통한 BBC 분야의 협력 잠재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과감한 인적쇄신과 글로벌 협력으로 SK그룹을 둘러싼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이 지난 7일 단행한 SK그룹의 2024년 인사는 결국 ‘혁신’을 통한 ‘성과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 핵심 성장 동력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통한 체질개선이 필수적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지난해 BBC 사업 분야에 오는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하고, 해당 분야 인재 5만명을 국내서 채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올해 내내 반도체 수요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석유화학 분야는 중국발(發) 공급과잉에, 배터리 사업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고전했다. 그런데도 대규모 투자 자금 지출은 그대로다보니 자연히 재무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7년 만에 ‘서든데스(돌연사)’를 꺼내든 이유다.

핵심 사업의 고전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영업손실이 8조763억원이다. 반도체 시장이 하반기 들어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는 못한 상태다.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5632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는 3분기 누적 영업손실 35억6000만원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실적 반등과 성과 창출을 위한 최 회장의 선택은 ‘젊은 리더’다. SK그룹을 함께 이끌던 기존의 60대 부회장 4인은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4050 최고경영자(CEO)를 대대적으로 발탁했다.전문성을 바탕으로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주요 계열사 7곳(SK(주), 이노베이션, 에너지, 엔무브, 온, 실트론, 머티리얼즈)의 CEO를 대거 교체함으로써 ‘성과주의’에 방점을 찍었다. 장용호(59) SK(주) 사장, 박상규(59)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용욱(56) SK실트론 사장, 오종훈(55) SK에너지 사장, 이석희(58) SK온 사장, 김양택(48) SK(주)머티리얼즈 사장, 김원기(53) SK엔무브 사장 등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5.4세로, 향후 BBC 분야 사업의 실적 개선과 함께 성과 창출, 조직 효율화, 재무구조 개선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해외사업의 무게추도 일본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 2008년부터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 따라 중국 내 지주사 SK차이나를 통해 중국시장 진출 및 투자에 속도를 내왔으나 최근 들어 중국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최근 한일 경제협력체 구성을 제안한 상태다. 최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국과 일본이 EU와 같은 단일 시장 형태의 경제협력체로 발전한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한미일 3국이 협력하면 3국의 경제공동체는 30조 달러 이상의 거대 경제권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서 열린 ‘도쿄포럼 2023’에서도 “노동인구와 대중국 수출 및 투자 감소 등에 직면한 한일 양국이 성장 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 더욱 공격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며 “한일 경제연합체를 구성해 글로벌 분열 위기 상황을 돌파하자”고 했다.

구체적인 협력 가능 분야로는 반도체와 배터리, 의약품, 신재생에너지 등을 꼽았다. 여기에 액화천연가스(LNG), 스타트업 플랫폼 등도 잠재적 협력 영역으로 들었다. 한일 경제협력을 통해 주력 사업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해 네덜란드와 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오는 12일(현지시간) 윤 대통령, 이재용 삼성 회장과 함께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의 ‘클린룸’을 둘러보고 인력 양성, 차세대 기술 연구 개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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