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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선별적 복지 유용성 보여준 서울시 ‘안심소득’ 실험

서울시가 국내 최초의 저소득층 소득보장 정책실험인 ‘안심소득’ 제도를 지난 1년간 시범 운영한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지원을 받은 가구(477가구) 중 22%는 근로소득이 늘었고, 기준소득을 넘겨 더는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가구도 약 5%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대상자가 지난해 대상에서 벗어난 비율(0.07%)의 70배 수준이다. 저소득층의 필수재화 소비와 정신건강에도 효과를 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소득이 보장되면 근로의욕이 꺾일 것이란 우려와는 다른 결과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실험을 했으나 의도했던 근로촉진 효과를 가져오지 못해 실패로 귀결된 핀란드식 실험과 대비된다. 소득과 관계없이 일괄지원하는 보편복지 보다 저소득층 대상의 선별복지의 유용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회안전망 사업인 안심소득은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의 85% 이하면서 재산이 3억2600만원이하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다. 중위소득 85%가구의 소득(4인가구 기준 459만원)과 실제 차이나는 액수의 절반을 현금으로 준다. 지급대상 가구의 소득이 낮을 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 구조이다. 시범 운영기간에 가구당 평균 98만원이 지원됐다고 한다. 시범사업은 2027년 6월까지 이어지고 이번 평가는 다섯 차례로 예정된 중간평가의 첫 번째 결과여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정된 재원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단서를 찾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어느 나라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 내몰린 한국 국민들은 누구나 한순간에 사회적 약자로 내몰릴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자살률과 저출생,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인 노인빈곤율 등도 과도한 경쟁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실업과 불평등, 사회적 양극화 등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 구축은 절실한 과제다. 결국 정부가 국민들이 어느 정도 기본적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한다. 승자독식은 사회 통합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걸림돌이다.

오세훈표 안심소득의 대척점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제가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 삶을 보장하기 위한 현금을 제공한다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천연자원 부국이나 실행할 수 있는 공약이다. 막대한 재원도 문제이거니와 형평성 논란으로 자칫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다. ‘송파 세모녀 비극’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정된 재원을 복지 사각지대부터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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