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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집값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2024년 집값 좌우 5대 변수 ①금리
보합 또는 약보합...안정세 전망
경기여건·수급 등 영향력 커질 듯

국내 부동산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내년 주택시장을 움직일 가장 큰 변수로 꼽는 게 ‘금리’다. 2022년과 2023년 주택시장을 흔든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금리 효과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내년엔 미국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 금리인하 시점은 집값 반등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제학에선 다른 요인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금리와 집값은 반비례한다고 가르친다. 금리가 내려가면 돈을 빌리기 쉬워 내집마련 수요가 증가하면서 집값이 오른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가면 주택 수요는 줄고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매물이 늘어 집값은 내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기별로 조금 다르다. 역사적으로 이명박 정부 때까지 금리와 집값은 ‘반비례’보다는 ‘비례’ 관계였던 적이 더 많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금리를 계속 올렸지만 집값은 역대급으로 뛰었다. 반대로 금리 하락기였던 이명박 정부 시절엔 집값이 계속 떨어졌다.

경제학자들은 당시엔 금리 변수 보다 경기 여건이 부동산 가격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노무현 정부 때는 금리를 아무리 높여도 경기 회복 기대감이 주택 매수세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 때는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경기 침체 우려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경기상황, 수급 환경 등 시장 여건에 따라 주택시장에 금리효과는 제각각일 수 있다. 금리보다 더 강력한 요인이 있으면 금리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이후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금리와 집값의 반비례 관계가 비교적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2013년 상반기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금리를 2.75%에서 2016년 하반기 1.5%까지 낮췄다. 금리 인하 효과는 2014년부터 서울은 물론 전국적으로 집값이 반등하면서 효과를 발휘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 때는 역사상 가장 낮은 기준금리인 0.5%부터 최대 1.75%까지 1%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초저금리 효과는 문 정부 때 집값이 폭등했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에선 어떤 정부보다 금리와 집값의 반비례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엔 금리인상 효과로 집값이 급락했다. 2022년 한 해만 7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그해 집값은 역대급으로 하락했다.

금리와 집값의 상관관계가 뚜렷해진 건 급증한 가계대출 효과가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2002년 217조원에서 2012년 906조원으로 늘었고, 2023년 3분기 기준 1747조원으로 역대 최대로 폭증했다. 높은 가계대출 증가는 가계를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만든다.

이런 시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하 계획 발표한 건 시장에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가 현실화하면 우리나라도 빠르면 2024년 2분기엔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1~2년간 집값 하락의 원인이 고금리였던 만큼 고금리 상황이 해소되면 집값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문제는 집값과 금리의 뚜렷한 반비례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인가란 점이다. 내년엔 과거 이명박 정부 때처럼 금리의 집값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금리보다는 침체된 경기 여건이나 크게 급감한 입주량 등 다른 요인이 집값을 더 흔들 수 있다는 시각이다.

기본적으로 금리는 내년 이후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22년 단기간 급등했던 것처럼 큰 폭의 변화보다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내린다고 해도 소폭 조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금리가 안정된다면 내년부턴 침체된 경기 여건이 집값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인하 효과보단 겸기침체, 가계부채 등이 주택 수요를 더 크게 옥죌 것이므로 내년에도 집값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집값 하락론자들의 판단이다.

반대로 내년 집값이 반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역대급으로 줄어든 새 아파트 입주량, 본격적으로 오르는 전셋값으로 인한 임대시장 불안 등이 집값을 자극할 주요 변수로 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규제완화 대책이 쏟아지고, 올해 상반기 주택시장을 이끌었던 정책 대출도 재개하면서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내년 집값은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금리 효과가 다소 약화되는 대신, 경기여건, 주택수급 환경, 규제완화 방향 등 훨씬 다양한 변수가 상호 작용하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일한 선임기자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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