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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래서 뼈 깎는 노력 필요” 석유화학 옥죄는 ‘중국 리스크’…벗어날 해법은? [비즈360]
석유화학 수출액 3년래 최저치 기록
글로벌 경기 침체 따른 업황 불안에
중국발 공급과잉 심화로 직격탄 맞아
“저성장 늪 빠질지는 3년내 판가름”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본관에서 바라본 공장 전경. 김은희 기자

[헤럴드경제=김은희·한영대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세계 최대 석유화학 소비국인 중국의 밸류체인 확장에 따른 타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수출 규모는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저가를 앞세운 중국 업체와의 수출 경쟁으로 판로까지 줄어드는 모양새다. 앞으로 2~3년이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재도약하느냐, 도태되느냐를 가를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457억달러로 2022년보다 15.9% 줄었다. 이는 최근 3년(2021~2023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2023년 대중국 수출액은 170억달러로 전년 대비 17.7% 감소했다. 2021년을 기점으로는 2년 연속 수출액이 줄었다.

수출 부진은 석유화학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된 영향이 컸다. 석유화학 제품이 전자기기, 건설자재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석유화학 시황은 전방산업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전방산업의 수요가 줄면서 석유화학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업황 개선을 마냥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통상 석유화학 산업은 경기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사업으로 손꼽히지만 2018년 이후 지금까지 불황이 계속된 이유가 사이클에만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이 수급 불균형을 일으켰고 공급과잉 구조가 수년째 유지·심화되면서 불황이 장기화됐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주요 수출시장이자 동일 권역 최대 경쟁국의 자급률 확대가 치명타가 됐다.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롯데케미칼 제공]

중국의 증설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현황 및 3대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5174만t으로 5년 전인 2018년(2565t)의 두 배를 넘어섰다. 중국은 2022년 4580만t으로 미국(4378만t)을 따돌리고 처음 1위에 올랐고 2023년에는 세계 최초로 연산 5000만t 이상을 구축하며 미국(4583만t)과의 생산능력 격차를 벌렸다. 한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이 1280만t 수준이다.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은 현재진행형이다. 업계는 중국 내 에틸렌 연산이 오는 2026년까지 5601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2027년 이후 추가 증설 계획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22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화학기업인 사빅이 중국 내 석유화학단지 구축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중국 기업과 합작사를 꾸려 추진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약 64억달러를 투자해 2027년까지 연간 180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MFC(혼합크래커)를 건설하는 것이다.

우리 석유화학 업계의 악재인 중국발 공급과잉 심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기초범용 중심의 구조를 고부가, 저탄소·친환경 중심으로 빠르게 탈바꿈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올해 석유화학인 신년인사회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주문한 것도 이와 연결된다.

신학철 한국석유화학협회장(LG화학 부회장)이 지난 10일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제공]

신 부회장은 최근 업황에 대해 “몇몇 국가를 중심으로 기초범용설비 분야 무한 몸집 불리기로 과거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요동치고 있다”고 진단하며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위기 상황과 현실인식을 정확하게 하고 실행계획을 세워 이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것이냐, 아니면 과거의 마인드셋을 가지고 저성장 늪에 빠지고 말 것이냐는 올해 그리고 향후 2~3년 우리의 대응방식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존 사업과 관련해 한계사업 축소를 통한 과잉설비 문제 해소를 주문하며 “뼈를 깎는 생산성 제고, 비용 절감, 품질 향상의 자구노력과 함께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 타개를 위해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는 부가가치가 높은 스페셜티 제품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스페셜티 소재 매출 비중을 6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말 롯데 화학군 신임 총괄대표로 선임된 이훈기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사업의 시의적절한 투자와 실행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도 탄소나노튜브(CNT)로 대표되는 첨단소재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한계 사업 정리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지난해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중국 기업에 총 1조982억원에 매각했다. 롯데케미칼도 같은 해 중국에서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롯데케미칼자싱 지분을 현지 파트너사에 전량 매각했다.

아울러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첨단소재에 이어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탈리아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인 ENI와 손잡고 2026년까지 연 30만t 규모의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HVO는 식물성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하는 차세대 바이오 오일이다.

ehkim@heraldcorp.com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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