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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심 실형에도 걸어나온 조국…법정구속 ‘형평성 논란’ 언제까지
1심·2심 2년 실형에도 법정구속 면해
“일반인이라면 구속됐을 것”
정치인 특혜 논란 반복
대법원 예규 반영할 논의의 장 필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대학교수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범행해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다.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했다. 민정수석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58) 1심 재판부)

“범행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범죄 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건 또는 유감 표명은 양형 기준 상 ‘진지한 반성’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조 전 장관 2심 재판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양형 이유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엄중했다. 통상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으면 재판이 끝난 후 곧바로 구속(법정구속)된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구속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구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정을 나온 조 장관은 품 안에서 준비한 입장문을 꺼냈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법원에서 다투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형을 선고 받고도 법정구속이 되지 않은 것은 ‘특혜’라는 목소리다.

대법원에서는 법리적 판단만…‘2심 실형’에도 구속 면해 갸우뚱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나와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

서울고등법원 제13형사부(부장 김우수 김진하 이인수)는 8일 업무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에 대해 징역 2년,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고 항소 기각 판결했다.

법정구속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피고인이 실형 선고를 받았을 때 재판부가 선고 직후 현장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실형이 선고되면 법정구속 되는 것이 관례다. 특히 1심과 2심의 판단이 ‘집행유예 없는 실형’으로 같고, 형량이 징역 6개월을 넘는다면 구속을 면하기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유명인의 실형 선고 후 불구속에 대한 ‘특혜’ 논란은 꾸준히 있어왔다. 주로 정치인이다. 2020년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손혜원 전 의원, 2016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역시 1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홍준표 전 의원 등도 법정구속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목포의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미리 파악한 뒤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손혜원 전 의원이 지난 2020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조 전 장관의 사례는 더욱 특수하다. ‘2심 실형’에도 법정구속을 면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단이 남기는 했지만 ‘1심 실형’과 ‘2심 실형’은 무게가 다르다. 1심과 2심은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진다. 피고인은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를 제출하고 증인을 신청할 수 있다. 검찰이 세운 증인에게 피고인측이 신문을 하며 허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1심 재판부가 ‘맞다’고 판단한 사실 관계가 2심 재판 과정을 통해 뒤집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다. 사실 관계에 대한 확정이 2심에서 모두 끝났다고 본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문서를 통한 ‘법리적 판단’만 한다. 법리적으로 맞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 양형이 과하지는 않은지 등만 살펴본다. 대법관이 검찰이나 피고인측을 불러 신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심 재판부가 덧붙인 ‘방어권 보장’이라는 이유가 무색한 까닭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법무법인 공간)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흉악범이 아닌 일반 범죄자라면 1심에서 실형이 나와도 법정구속을 시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 확정이 끝난 2심에서 실형을 선고하고도 법정구속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며 “일반인 범죄자들과 비교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021년 대법원 예규 개정…“연구 필요”

반복되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선고 후 피고인의 신병 처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형 선고 후 법정구속’을 원칙으로 했던 대법원 예규도 이미 바뀌었다. 2021년 법원행정처는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중 법정구속에 관한 내용 일부를 개정했다.

기존 예규 제57조는 ‘피고인에 대해 실형을 선고할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였다. 원칙적 구속, 예외적 불구속이었다. 예외적 불구속은 종종 특혜 논란으로 번졌다. 반면 개정된 예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형사소송법 상 불구속 재판이 원칙인데 실형 선고시 법정구속을 명문화한 예규가 상위법과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바뀐 예규가)신뢰를 받으려면 예측 가능하게 집행돼야 한다”며 “판례와 연구가 쌓인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에 비해 선고 후 신병처리는 그동안 논의가 많지 않았다. 보다 일관된 기준을 세울 것인지,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인지 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예규가 정착하고 정치인, 기업인 등 유명인에 대한 소모적인 ‘특혜 논란’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대법원 차원의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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