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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사직서·동맹휴학’ vs 정부 ‘PA간호사 확대’… 강대강 대치
전공의 회장은 사직서·한림의대는 ‘동맹휴학’ 제안… 의료계 반발 본격화
정부, 의사 대행 PA 간호사 확대… 의사 vs 간호사 구도서 간호사 ‘힘싣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의과대 재학생들의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공의 단체 회장은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일부 의과대에선 ‘동맹 휴학’을 제안했다. 개원의들이 주축인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적 궐기 대회에 돌입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의대 정원 2000명 파격 증원에 따른 의료계 반발이 결국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한 투쟁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정부도 PA간호사 확대 카드를 꺼내면서 의사들의 집단움직임 동력 약화에 주력하고 있다.

15일 의료계 반발을 상징하는 장면은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박단 회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는 2월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현재 세브란스 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는데 박 회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세브란스 병원 입장에선 전공의 1명을 잃게 된다. 전공의는 대학병원과 계약을 맺고 사실상 각 대학병원을 움직이는 핵심 인력인데, 박 회장을 필두로 사직서 제출이 잇따를 경우 대학병원 진료 시스템 붕괴가 우려된다.

박 회장은 특히 “임기를 충실히 마치지 못해 동료 선생님께 송구한 말씀 전한다.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의사를 응원하겠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의 발언 가운데 ‘자유의사를 응원한다’, ‘집단행동은 말라’는 부분은 사실상 ‘자유의사에 따라 개별로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대전협은 지난 12일 새벽 밤샘토론 후 파업 대신 ‘무(無)계약’ 투쟁 및 사직서 제출 등 개별 행동으로 반발하는 방향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 제안도 처음 나왔다. 한림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한림대 의과대학 4학년 학생들은 의견을 모아 만장일치로 휴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한민국 의료는 선배님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쌓아올린 탑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해 득실만을 따지는 세력들이 그 주춧돌을 모래알로 바꾸려 하고 있다”며 “전문가의 의견을 총체적으로 묵살한 이번 ‘의료개악’이 현실이 된다면 다시는 의료 선진국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들은 또 “1년 간의 학업 중단으로 이 의료개악을 막을 수 있다면, 1년은 결코 아깝지 않은 기간임에 우리는 동의했다. 즉시 휴학서를 배부했고 이날 취합해 제출할 예정”이라며 “한림의대 후배와 같은 의학의 길을 걷는 전국 의과대학의 학우 여러분, 우리의 휴학이 ‘동맹 휴학’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했다. 전국 의대생들이 모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지난 13일 임시총회에서 단체행동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생 대표들이 모인 자리였다.

의료계 안팎에선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대생들이 국가고시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그것이 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주효하게 작용해 정원 증원이 무산됐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에도 의대 재학생들과 전공의들의 반발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 의료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원의들이 주축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이날 오후 전국적인 규모의 궐기대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반대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의협은 이날 산하 16개 시도의사회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날 오후 7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연다.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집회 신고 인원은 100명이지만, 더 많은 인원이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전시의사회는 이날 오후 12시 30분 국민의힘 대전시당에서, 울산시의사회는 오후 1시 국민의힘 울산시당에서, 같은 시각 충북도 의사회는 국민의힘 충북도당에서, 전북도의사회는 전주 풍납문 광장에서 결의를 다진다. 강원도의사회는 오후 2시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광주시의사회와 전남도의사회는 오후 6시 국민의힘 광주시당 당사 앞에서 함께 궐기대회를 연다. 부산시의사회는 지난 13일 오후 부산시의사회관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팻말이 놓여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총궐기를 예고했다. [연합]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 반발에 대해 ‘비대면 진료’를 확대 하는 방안과 함께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활용’ 방안을 꺼내들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만약 전공의 등이 파업해서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기존 인력을 좀 더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PA 지원 인력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PA간호사는 수술장 보조 및 검사시술 보조·검체 의뢰·응급상황시 보조 등의 역할을 하며, 의사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고 있다. 경실련에서도 전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를 해제하는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동해야 한다”며 “PA간호사에 수술보조 허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하고, 의사들의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면 양성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또 집단행동에 동참한 의료진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나 ‘면허취소’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금 당장 조치할 상황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업무개시명령이나 면허 취소 같은 조치를 검토하고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도 제재 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의사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언제든 이들 조치를 발동할 수 있음을 연일 시사하고 있다. 박민수 차관은 “법을 지키고 환자 곁을 떠나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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