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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의사·예비의사, 1만7천명 의료현장 떠났다… 대한민국 의료 ‘마비’
사직 전공의 8816명·휴학 의대생 8750명… 현장 떠나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 ‘텅텅’… “의사 없어서 못받아”
전공의 집단이탈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1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서 한 입원환자가 로비를 지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박지영·안효정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발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들의 수가 1만7000명을 넘어섰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가 마비됐다. 의료 현장에선 전공의들이 비워둔 응급실 마비로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헤매고, 오랜 시간 수술을 기다렸던 암환자들 역시 수술 ‘취소·지연’ 통보를 받고 있다. 전공의 담당이었던 산부인과 무통주사도 취소돼, 출산을 앞둔 예비 산모들도 공포에 떨고 있다.

▶사직 전공의 8816명·휴학 의대생 8750명= 보건복지부는 21일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 접수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결과(20일 오후10시 기준) 전공의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사진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63.1%인 7813명이었다.

복지부는 현장점검에서 이탈이 확인된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715명을 제외한 5397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접수된 피해사례는 20일 오후 6시 기준 58건이었다. 주로 일방적인 진료예약 취소, 무기한 수술 연기 등의 내용이었다.

의대생들 역시 집단 휴학 신청 사례가 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27개 의대에서 집계된 휴학신청 건수(20일 오후 6시 기준)가 7620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지난 19일에는 1133명의 의대생들이 휴학을 신청했다. 19일과 20일에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들은 누적으로 8750명에 이른다. 전국 의대생 수는 2만여명으로 43.8%의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각 대학에 휴학 신청을 수리하지 말라고 통보해 둔 상태다. 이 때문에 군입대·건강 문제 등 개인 사정이 확인된 사례에 한해 휴학계가 수리된 인원은 30명이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의대협)은 15일과 16일 잇따라 긴급회의를 열어 전국 40개 의대 학생이 동맹휴학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21일 오전 혜화동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응급실 드나드는 인원은 찾기 힘들었다. [박지영 기자]

▶21일 아침 응급실 ‘텅텅’… “의사 없어요”= 이날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혜화동 서울대병원 등 응급실은 드나드는 사람 없이 한산했다. 전공의들은 주로 응급실 당직을 맡는데 담당 의사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진료를 볼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사설 구급차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어제 전공의 집단 사직을 기점으로 의사가 없다고 환자를 안 받는 응급실이 있다”며 “응급실에 가면 환자도 없고 의사도 없는 상태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업체 대표는 “응급실에 환자를 보내기 위한 대기도 길어졌고, 상급종합병원에서 다른 병원에 가라며 환자를 내려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동민 한국교통대학교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치료할 수 있는 의사 수는 적고 환자는 몰리다 보니 종합상황판에 빨간 불이 떴다고 볼 수 있다”며 “응급실에 상당한 문제가 있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빅5’ 병원 중 응급실 이용이 어렵다는 입간판을 써붙인 곳도 있다. 전날 오전 서울시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앞에는 “현재 응급실 병상이 포화 상태로 진료가 불가하다”며 “신속한 진료를 위해 인근 병원 응급실을 이용해 달라”는 입간판이 붙었다. 지난 19일 오전에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응급실 접수를 중단하기도 했다.

전공의 집단이탈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1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서 환자 보호자들이 퇴원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

▶임신부들 ‘무통주사 없이 출산?’ 청천벽력= 맘카페 등에서는 임신부들이 ‘무통주사’를 맞지 못한다는 통보를 병원으로 받았다는 소식의 글이 올라오면서 임신부들이 충격에 빠졌다. 한 맘카페에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출산하기로 했다면서 “무통주사가 불가능 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무통 주사 없이는 자신이 없다. 두렵다”는 글이 올라왔다.

무통주사는 출산 과정에서 산모의 통증을 크게 낮춰주는 마취 주사로 맘카페 등에선 무통주사를 가리켜 ‘무통천국’이라고 가르키기도 한다. 무통주사를 맞고 효과가 나타나면 출산 과정에서의 극심한 통증을 피할 수 있기에 붙은 별칭이다. 대부분 대학병원에선 무통주사를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담당하는데, 전공의가 자리를 비우면서 무통 처방이 받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집단행동으로 인해 1년 전 예약한 수술이 취소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안타까운 사례도 나왔다. 본인 요청에 따라 법률서비스 지원을 위해 법률구조공단으로 연계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집단이탈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1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고 있다. [연합]

▶수술 일정 차질=서울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주요 대형병원은 최소 30%에서 50%가량 수술을 줄이면서 전공의들의 이탈에 대응하고 있다. ‘빅5’ 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을 말한다. 필수의료의 핵심으로 각 병원에서 수술, 응급실, 당직 업무 등을 맡는 전공의가 대거 이탈하면서 수술일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병원들은 응급과 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하면서 급하지 않은 진료와 수술은 최대한 미루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19일 전체 수술의 10%를 줄인 데 이어, 이들의 병원 이탈이 시작된 전날에는 30%까지 줄였다. 전공의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이날은 30% 이상의 수술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는 수술을 아예 '절반'으로 줄였다. 대다수 전공의가 현장을 떠난 데 따라 정상적인 수술실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기존 수술방의 50% 정도만 운영하면서 응급과 위중증 수술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마취과 전공의 등 진료 지원이 필요 없는 가벼운 수술은 제한 없이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역시 수술을 30%가량 축소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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