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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지원 될까요?” 우려부터 “출마 밑밥?” 반기까지…증원 앞둔 의대들 고심 계속
의대 증원 앞두고 대학들 고심 계속
국립대·사립대 각기 재정 고민
“지금도 연구실 나눠 쓰는데”
교수들 반발은 계속…“출마 밑밥” 반발도
서울대는 “사직 안돼” 내부 만류 나서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 동맹휴학 등 의료계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수도권의 한 의대 교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전국 의대 증원 수요조사가 완료돼 교육부가 대학별 배정 작업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들엔 남은 과제가 산적하다. 기자재와 교원 등 인프라 확보 문제에 더해, 교수들의 집단 사직 등 반발을 잠재우는 것도 과제다.

국립대·사립대도 ‘재정’ 고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전국 40개 의대는 당초 정부 예상을 훨씬 웃도는 3401명의 의대 증원 신청을 교육부에 낸 상태다. 특히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의대 증원 분을 배정한다는 방침 아래 이들 대학에서 집중적으로 신청이 이뤄졌다. 그러나 정작 대학들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의대 증원의 가장 큰 관건은 ‘재정’이다. 특히 국립대와 달리 정부 지원 사업 등에 재정 을 의존해야 하는 사립대 고민이 크다. 일각에선 교육 여건 확충 없이 의대 증원이 이뤄지는 데 대한 부실 교육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원 2배 확대 신청을 한 비수도권 소재의 한 미니의대 총장은 통화에서 “재정 지원을 받기 용이한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는 오롯이 재정을 책임져야 하는 우려가 있다”며 “인건비 지원까지는 안 되더라도, 실험·실습에 필요한 기자재나 실험실, 해부학 시뮬레이션 센터까지 확충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대학에서 지금 지원하는 돈만 가지고는 건물 짓기에도 여력이 없다”며 “지금도 젊은 의대 교수들은 교육 공간이 없어서 연구실은 같이 쓰고, 연구실 하나를 대학원생들에게 내주기까지 하는 현상이 있다는 걸 알련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비수도권 소재 한 의대 교실. [연합]

사립대뿐 아니라 국립대 부담도 만만치 않다. 내년 의대 증원을 앞두고 정부가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지원 약속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제2차장으로 하는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거점 국립대병원 의대 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1000명 더 늘린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의대를 증원하는 국립대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지원에도 교수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거점 국립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원을 신청한 한 국립대 관계자는 “임상교수로 임용이 되려면 최소한 레지던트 과정은 끝나야 하는데 인원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립대 교수 예산은 한정된 상황에서 1000명을 늘리면 다른 교수들의 임금 삭감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신도 출마할 겁니까” 교수 반발 달래기도 진땀
지난 7일 울산의대 서울 교육 캠퍼스에서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소속 교수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병원 3곳 겸직교수와 임상교수들은 집단 사직서를 내기로 결의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제공]

의대 증원에 반발한 교수들의 사직도 전국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 본부 측에서 이를 달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대 교수들은 대학 본부 측에서 사전 협의 없이 신청 규모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7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소속 교수들과 회의를 열고 겸직교수와 임상교수가 공동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학장단은 지난 7일 전원 사퇴서를 제출하고, 경상국립대 의대도 보직 교수 전원이 사직원을 제출했다. 충북대 병원 역시 한 심장내과 교수가 사직서를 냈다.

의대 교수 집단 사직을 막기 위해 본부 측에서도 부랴부랴 면담에 나서는 분위기지만 대치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비수도권 소재 한 대학 총장은 “최근 의대 교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신도 출마하려고 그러는 거냐’는 반발을 들으며 사실상 아무런 대화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의대 정원을 110명에서 250명으로 늘리겠다고 교육부에 신청한 뒤,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신청을 했다 하루 만에 철회한 경북대 총장을 가리킨 발언이다.

서울대 의대도 내부적으로 사직서 제출 만류에 나섰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은 전날 소속 교수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교수님들이 사직서 대신 직접 국민들과 대화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중재자 역할을 해주실 때까지 교수님들께서 중심을 잡아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김 학장은 조만간 의대 및 의료계 안팎 관계자들이 모인 정책토론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이 지난 7일 소속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 일부. [서울대 제공]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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