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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미제사건 담당해 신뢰 회복”…법원장 재판시대 막 올랐다
서울행정법원·서울북부지방법원
18일 법원장 재판부 첫 재판
“형사재판 결과 기다리지 않는다” 수차례 강조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장기미제사건 전담 재판부 첫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재판 지연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진한 '법원장 재판부'의 첫 재판이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형사 재판과 행정 재판은 별도 절차입니다. 형사 사건은 형사 사건대로, 행정 사건은 행정 사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18일 서울행정법원 지하 2층 B206호 법정. 재판장 자격으로 법정에 착석한 김국현 서울행정법원 법원장은 이날 예정된 장기 미제 사건 심리를 진행하며 수차례 ‘행정재판은 행정재판대로’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관련 형사 사건이 진행되는 경우 1심, 2심에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며 행정 재판이 기약없이 미뤄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각급 법원에 신설된 법원장 재판부가 전국 곳곳에서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11시께는 박형순 서울북부지방법원 법원장이, 오후 2시부터는 김 법원장이 ‘법원장 재판장 시대’ 막을 올렸다.

김 법원장은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 재판장을 맡아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 50분께까지 약 1시간 50분 동안 쉬지 않고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합의재판부에 접수된 지 3년 이상이 지난 장기미제사건 중 사안이 복잡한 사건 40여건을 1차로 재배당했다. 이날 예정된 14건의 재판 중 소가 취하된 1건을 제외하고 총 13건의 재판이 진행됐다.

김 법원장은 재판 시작에 앞서 “판사는 재판을 하는 것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영광이다”며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장의 역할도 크지만 같이 판사님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재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또 “장기간 미뤄진 사건을 일부라도 담당해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회복하겠다. 재판장으로서 성심껏 재판에 임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법원장은 여러차례 ‘행정 재판은 별개’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행정법원 관점에서 가능한 한 빠르게 결론을 내리겠다는 각오다. 김 법원장은 서울행정법원에서만 4번째 근무하는 ‘베테랑 행정 판사’다.

서울 수도권 한 대학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청위 결정 취소 소송에서는 피고인 소청위측에게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행정청이 어떤 사실 관계를 토대로 어떤 결과물을 내렸는지 (행정법원이) 재심사해서 판단하는 것이 행정재판”이라며 “피고측에서 결정에 이르게 된 자료, 처분 근거 자료 등을 전부 제출하고 원고도 이를 바탕으로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기다리지 않고 속행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근무 병원이 아닌 다른 의료 기관에 ‘이사’로 재직한 의사 A씨에게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을 문제 삼은 사건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복수 개설(의료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봤다. A씨는 해당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헌법재판소에 기소 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심판을 청구했다. 김 법원장은 “헌법재판소 (절차는) 판단만 남았다. 행정법원도 법령 해석에 포섭되는지 판단하겠다”며 오는 4월 선고하겠다고 했다.

한편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은 민사60부 재판장을 맡아 다음달 18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민사사건 등의 변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오는 28일 민사62단독 재판장으로서 기일을 열어 7년간 재판이 지연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심리할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법원장이 복잡하고 어려운 장기 미제 사건을 전담해 처리함으로써 각 재판부의 효율적인 사건관리가 가능해지고, 법원 전체적으로 더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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