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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늦어지는 금리인하, 과잉긴축 경계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지난해 연말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자꾸 늦어지는 모양새다. 금년 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작년 6월 1.1%에서 최근에는 2.1%로 상향 조정될 만큼 견조한 경제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물가 또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시장 기대수준에는 못 미치며 더딘 상황이다. 이애 연초 6회 인하를 예상했던 시장은 이제 연간 3회 수준의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수준까지 조정됐다. 내년 금리 인하 폭에 대한 기대 또한 이전 대비 축소되는 모습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올해 국내 성장률에 대한 연구기관들의 전망은 작년 4분기에 내놓은 전망에서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예상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률 전망 자체가 바뀔 이유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물가도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재차 3%에 진입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이연과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약화되고 있다.

실물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하지만 장기간 고금리 수준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과잉긴축의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결국 중기 물가목표 2% 도달을 위한 긴축 장기화와 더불어 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완화라기 보다는 유지하는 차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가 하락 기조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실질금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 수준에 맞추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물가 하락에 못 미치는 금리 인하일 경우 오히려 실질금리가 기준 수준보다 높아지며 긴축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공급망 훼손과 원자재가 급등에 따른 충격이 일단락됨에도 인플레가 시장 예상과 달리 단기간내 해소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재정적자라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현재 미국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약 6% 수준으로 팬데믹 이전에 3%에 비해 급등한 상황이다. 미 의회예산처는 재정적자가 상당 기간 GDP의 5%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구조적인 재정적자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정부 예산을 구성하는 의무지출과 재량지출, 그리고 이자지출 등 세 가지 모두 축소가 쉽지 않다. 이에 구조적인 재정적자로 인한 유동성 공급 확대가 인플레이션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의무지출은 퇴직금과 의료혜택 등을 포함하는 사회보장에 쓰이는 데, 고령인구 증가로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자비용 또한 팬데믹 기간 급증한 정부부채와 더불어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긴축을 강화한 탓에 상당 기간 지출규모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방비, 교육, 정부 급여 등의 지출을 의미하는 재량지출의 경우도 러우전쟁, 중동분쟁, 양안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감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미국의 재정적자 고착화는 경제성장 일조와 더불어 인플레 촉발이라는 양면성을 수반할 전망이다. 이는 결국 향후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를 늦추고 인하 폭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인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같이 큰 폭의 재정적자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과도한 정부부채를 지양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금흐름을 고려할 때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통화정책 방향을 달리 가져가기도 쉽지 않다.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2% 포인트나 역전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매우 부담스럽다. 결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의존하며 한은도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결국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며 과잉긴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가계 뿐만 아니라 기업부문도 부채가 급증하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증대되고 있다. 정책금융 차원의 상환유예 및 금리보전 혜택이 종료되고 부동산 경기 호황에 급증한 부동산금융 상품들도 만기도래와 시장 침체가 맞물리며 리파이낸싱 금리가 급등한 상황이다. 인건비와 공사비가 급증한 상황에서 고금리 장기화로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상업용부동산 중심의 PF부실 위험 또한 단기간내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렵. 또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실 위험이 증대되는 등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특히 건설업이 내수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감안할 때,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 2022년 기준 건설업의 부가가치는 335조원으로 국내총생산의 15.5%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에서 건설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4%에 달한다. 무엇보다 건설업은 취업유발계수(생산액 10억원당 취업자 수)가 11.1명으로 금년 경기회복의 핵심 변수로 인식되는 반도체(2.1명)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성장률을 견인한다고 하더라도 내수에 미치는 낙수효과가 제한적이다. 동일한 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성장의 질(質)은 큰 차이가 존재한다. 총선 이후 내수 부양을 위해서라도 주택시장과 건설업 등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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