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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국민안전 위한 건설공사 계약제도 개선

우리나라에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형편이 넉넉해야 인심을 베풀면서 풍요롭고 화목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 건설현장의 상황을 잘 나타내는 속담이다. 건설업체가 공사를 하면서 이윤을 남기지 못하게 되면 공사 현장은 무언가에 쫓기듯 허덕이게 되고, 값이 싼 불량 건설 재료가 유통될 수밖에 없다. 결국엔 건설 품질 안전성 저하 문제는 국민 안전위협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의 가장 큰 현안은 치솟는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 제한된 작업시간, 환경적 요건 등으로 인한 부대비용 증가 문제다. 이로 인해 건설회사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건설회사는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불량 자재나 부실한 사업관리를 선택하게 되고, 때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과도한 공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한 공공공사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작업 여건이 좋지 않고 위험 부담이 높은 반면 공사비 책정은 낮아 유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경영구조 한계점에 도달한 건설 업체들이 공사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안전에 이어 국민생활 편의에도 피해가 우려된다.

그간 정부는 건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령 정비 및 제도 개선 등의 노력을 해왔다. 이는 일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은 실제 상황과 거리가 있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규제로 가득한 공급자 중심의 정책은 건설 현장의 환경만 악화시킬 뿐이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보다 효과적이고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공사계약 제도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제도는 시장가격이 아닌 저가 입찰의 계약 실적을 토대로 작성된 표준시장 단가와 표준시장 단가 반영률에 따라 입찰공사가격의 단가 심사 범위(±18%∼±22%)를 두고 입찰자가 설계 가격 대비 가장 낮은 하한선(-18%∼-22%)의 저가 입찰을 유도하고 이윤을 압박하는 구조다. 건설 업체들이 부실한 사업 관리와 무리한 공사 진행을 선택하는 이유다.

정부는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으로 설계 가격에 반영하고 입찰 공사가격의 세부공종 단가 심사 범위를 삭제해 공정한 입찰과 계약 절차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기업 부담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품질과 안전을 강화하고 건설회사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계약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중국 최고의 역사가인 사마천의《사기》에 나오는 ‘곳간이 가득 차야 예절도 알고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명예도 부끄러움도 안다’는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현행 정책으로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건설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현장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건설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존재 이유가 국민 안전과 생활 편의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인 한국골재산업연구원장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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