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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몰랐다” 플라스틱 만드는 족족 쓰레기 된다니…이거 어떻게 줄여야 해? [지구, 뭐래?]
공동주택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장에 페트병이 쌓여있다. 주소현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플라스틱 생산은 곧 오염입니다”

플라스틱은 만들 때에도, 버릴 때에도 온실가스가 배출돼 지구를 덥힌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은 눈에 보이지 않을 크기로 잘게 부서져 생태계를 무너뜨린다. 지구를 괴롭히는 플라스틱 쓰레기.

도대체 이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어디서 오고, 어떻게 줄여야 할까? 이같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10만 여 명이 5년에 걸쳐 약 189만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면 생산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량이 1% 증가할 때마다 전세계 플라스틱 오염도 1%씩 증가했다.

지구의 날인 지난 22일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면 플라스틱 생산부터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국제 논의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협약(국제플라스틱협약)’에서도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에 관한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됐지만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30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175개국, 2000명 이상 참석한 국제플라스틱협약 제4차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막을 내렸다. 이번 협상에서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 관련 조항 협상이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번 협상에서 르완다와 페루는 2040년까지 2025년 대비 플라스틱 원료인 1차플라스틱폴리머 사용량을 40% 감축하자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제안에는 각국이 1차플라스틱폴리머 생산량과 수출입 통계를 의무적으로 보고하거나,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선으로 생산량을 조정하는 안이 포함됐다.

또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가 재활용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순환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생산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도 담겼다. 줄리엣 카베라 르완다 수석협상가는 “205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은 3배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 정도 생산량이 되면 재활용이나 폐기물 관리 역량을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선별된 플라스틱 폐기물들을 압축하고 있다. [에이트테크 제공]

이에 대해 INC4에 참관인으로 들어간 김나라 그린피스 활동가는 “2040년까지 현재의 75% 수준으로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야 생물다양성 보호하고 지구 온도 상승을 1.5°C 이하로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르완다와 페루의 제안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 논의를 수면 위로 올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 40% 생산 감축안도 이번 정부간협상에서도 제안에 그치고 말았다. 170여개 국가 중 지지를 선언한 국가는 약 60개국으로, 대다수 국가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지지 의견을 밝히지 않는 건 거의 반대에 가까운 의견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유럽연합도 40% 감축안을 지지했지만 회기 간 작업으로 논의를 이어가자는 의견을 밝힌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극적 지지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INC4를 앞둔 지난 21일(현지시간) 전세계에서 모인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소를 요구하며 캐나다 오타와를 행진했다. [그린피스 제공]

플라스틱 생산 감축 주장에는 산유국이나 석유화학 산업 비중이 큰 국가들의 반발이 따른다. 국제환경단체 플라스틱추방연대(BFFP)에 따르면 일부 국가들이 1차플라스틱폴리머 조항 협상을 1시간 가까이 지연시키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BFFP는 “1차플라스틱폴리머 관련 조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논의 시작 여부’를 논의하며 귀중한 협상 시간을 소비했다”며 “결국 1차플라스틱폴리머 관련 협상을 했지만, 대부분 문구가 괄호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국제 협약은 문구 하나, 토씨 하나에 따라 강제력과 법 적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 국의 협상단은 한 문장 한 문장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이견이 있는 문구는 괄호가 달고 포함된다. 다양한 이해 관계가 반영되면서 지난 1차~3차 정부간협상을 거치며 수정된 초안은 기존 분량의 2배 이상으로 길어졌다.

지난 23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국제플라스틱협약 제4차정부간협상(INC-4)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Luis Vayas Valdivieso·오른쪽) INC-4의장과 스티븐 길보(Steven Guilbeault)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이 악수하고 있다.[AFP]

이제는 의견을 한데 모으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때다. 협약을 마무리하기까지 단 한 차례의 정부간협상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각 국은 제5차 정부간협상 이전에 중간 회의 성격의 회기 간 작업을 열기로 했다.

다만 가장 논쟁적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은 중간 회의에서 제외되면서 제5차 정부간협상이 국제플라스틱협약의 성패를 좌우할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오는 11월 말 마지막 협상이 열리는 곳은 바로 부산이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한국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회의를 진행하고 전세계 각국에서 온 환경단체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참관 범위를 정하는 등 개최국이 협상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국제플라스틱협약 정부간협상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는 게 현장의 참관인들 사이의 이야기다. 제4차 정부간협상 중 각국 정부들이 여러 건의 의견을 내는 가운데 한국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관련된 의견서를 1건 제출했다.

국내 15개 환경단체 연대체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플뿌리)가 15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주소현 기자

국내 환경단체들은 개최국으로서 성공적으로 국제플라스틱협약을 마무리하려면 한국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협약에 담기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자국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안을 지지하도록 전세계 환경단체들이 압박과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협약안이 정돈되고 있지만, 마지막 협상이 열리는 부산에서 가장 뜨거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활동가도 “생산 감축과 재사용과 리필 기반 목표가 협약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마지막 개최국인 한국 정부가 애초 목적 대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강력한 협약이 성안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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