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 한국의 주권 사항…어떤 지원도 소중”
“7월 정상회의에서 AP4와 中 도전과제 해결 모색”
크리스티안 메스자로스 나토 국제국장 인터뷰
크리스티안 메스자로스 나토 정무안보정책부 파트너십·국제국장이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헤럴드경제(서귀포)=최은지 기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이라며 AP4(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트너국·한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와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AP4와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과제에 대해 논의한다.
크리스티안 메스자로스 나토 정무안보정책부 파트너십·국제국장은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나토를 비롯한 나토 동맹국은 북한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을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물 풍선을 살포하고 29일에는 GPS 전파교란 공격을 자행한 데 이어 인터뷰가 진행된 당일에는 탄도미사일 18발을 발사하는 등 잇따라 도발을 지속했다.
메스자로스 국장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아태지역뿐만 아니라 동시에 유럽이나 다른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소”라며 “아태지역 파트너들과 연대를 통해 북한의 무모한 행동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냉전 체제에서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구 사회주의권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1949년 창설된 나토는 북미와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집단 방위와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목표로 하는 정치·군사동맹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 헌장 제5조에 따라 나토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회원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행동에 나설 수 있다.
냉전 종식 후 나토는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유럽이라는 지역적 수준이 아니라 전세계적 수준에서 발생하는 초국가적·비대칭 안보 위협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2006년부터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국가로 협력을 유지해 왔으며, 2022년부터 AP4를 별도의 파트너그룹으로 지정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했고, 2023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내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AP4 정상을 초청했다.
메스자로스 국장은 “나토와 AP4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의 도전과제는 유럽과 아태 지역 간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며 “북한의 무모한 행동이 나토에서도 수년간 심각하게 이야기되는 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감행하는 것은 국제 규범에 위협이라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며 “사이버 안보, 대테러, 신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돈독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스자로스 국장은 지난달 29~31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19회 제주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나토가 제주포럼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는 한국과 나토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영상 기조연설에서 “대서양에서 인도태평양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안보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범세계적인 문제이고, 전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스웨덴 국기 게양식. [연합] |
최근 북중러가 밀착하고, 여기에 북한과 이란 간 군사 협력으로 권위주의 세력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결과 5년 만에 공동성명에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토 회원국이 그만큼 북한의 도발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연일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북한은 포탄을, 이란은 드론 등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스자로스 국장은 “북러 군사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 대서양 지역에도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소”라고 짚었다.
그는 “중국은 러시아에 경제적으로 물자를 지원하고, 정치적으로도 국제회의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며, 나토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고 있다”며 “나토는 모든 국가에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군사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협조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비호하며 안보리의 대북제재의 실효성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그는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책임을 갖고 있고, 러시아와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나토는 중국이 유엔헌장을 존중하고,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권리를 존중할 것을 촉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2022년, 향후 10년간 비전을 담은 ‘전략개념’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중국을 “나토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명시했다. 메스자로스 국장은 “중국은 나토의 적국이 아니다. 이미 동맹국들이 중국과 무역, 무기통제, 경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중국의 몇몇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신무기를 개발하고, 무기 현대화를 투명하지 않게 진행하고 있다”며 “이웃 국가들에 인프라를 설립하면서 협박(bullying)하거나, 남중국해와 관련해 강압적인 지배를 하려는 정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개념에는 중국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아웃라인이 있다”며 “중국이 군사 현대화 과정이나 러시아와 협력하는 과정에 대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준비태세와 회복 탄력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중국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동맹국이 직면하는 여러 도전 과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의 정책을 중국에 잘 설명하고, 중국의 정책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2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 |
나토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U 등 나토 회원국들이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 언론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지원한 무기를 사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일부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살상무기 지원은 불가하다는 원칙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재건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메스자로스 국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주권 국가인 한국이 결정할 부분”이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도 주권국가로 자기 방어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동맹국 자체적으로 살상무기든, 비상상무기든 나름대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정치적 지지와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나토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한국의 안보에도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 회원국과 한국이 뜻을 공유한다면 방어, 국방과 관련한 분야에서도 협력이 증가할 수 있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모든 것을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에 국방비 증액해야 한다는 발언이 파장을 일으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지출을 GDP(국내총생산) 대비 기존 2%에서 3%로 확대하라고 요구할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GDP 대비 2% 방위비 지출은 2006년 나토 회원국들이 합의한 지침으로,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에 대해 메스자로스 국장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미국은 계속해서 나토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서로의 이해관계가 서로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동맹국의 3분의2가 GDP의 2%를 방위비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 중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 |
오는 7월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나토 창설 75주년을 기념하고 향후 75주년을 위한 방향을 논의한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초청됐다.
메스자로스 국장은 “확실하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인지가 주요 의제”라며 “안보 지원, 훈련 등 나토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토의 억제력과 방어력을 키우는 것과 관련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AP4와는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그는 “AP4 정상과 사이버, 신기술 분야와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며 “동맹국과 AP4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나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