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심화로 인력 감축 불가피
지난 2021년 11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뉴욕 버라이즌 본사를 방문해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미·김현일 기자]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네트워크사업부가 실적 부진으로 소속 인력 중 700명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국내 인력 4000여명 중 약 20%에 가까운 규모다. 앞서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드라이브를 걸며 무선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등에서 파견 온 직원들도 대거 원 소속 사업부로 복귀시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 1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인력 조정안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타 사업부로 재배치되는 인력은 약 700명이다. 글로벌 통신시장 침체로 적자가 심화되면서 인력 감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긴축 경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전환 배치 희망자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인력이 타 부서 이동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타 사업부에서 온 파견 인력도 포함된다. 지난 2018년 무선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충원했던 연구개발 인력들도 다시 원 소속 사업부로 돌아간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5G 시대 개막을 앞두고 중국 화웨이에 맞서 통신장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무선사업부 인력 약 400여명이 네트워크사업부로 이동했다.
그러나 최근 통신장비 수요 감소로 네트워크사업부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결국 인력 감축을 포함한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달 10일 사내에서 임직원 설명회를 열고 인력 감축과 경비 절감 방안 등을 발표한 바 있다.
통신장비 시장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5G 네트워크 구축을 마무리한 이후 수요 감소로 인한 침체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3조7800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29.7% 감소했다.
올 1분기 실적도 국내 뿐만 아니라 북미 등 주요 해외시장의 매출이 전 분기대비 감소했다. 최근에는 대형 수주계약이 예고 없이 취소되는 상황도 발생해 인력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6G가 상용화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통신장비 시장의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네트워크사업부는 적자를 겪고 있는 만큼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향후 개화할 6G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삼고 전략적으로 육성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 1월 새해 첫 경영행보로 6G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유망기술을 연구하는 삼성리서치를 방문했다.
이달 4일에도 미국 뉴욕 출장길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사업 육성을 위해 협력을 다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잡포스팅을 통해 희망부서로 옮기거나 소속 사업부로 복귀하는 등 재배치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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