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시총 현대차 35.49%·기아 28.40%·현대로템 60.15% 증가
LG엔솔 -21.29%·LG화학 -28.86%…2차전지 혹한기에 발목
“‘전망치 상향’ 현대차 vs ‘하향’ LG”…2분기 실적시즌 시총 향방 주목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모습. [연합,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상장 계열사 총 시가총액에서 LG그룹을 밀어내고 삼성·SK그룹에 이어 3위 자리에 등극했다. 작년부터 이어져 온 호실적에 따른 투심 강화에 정부 주도 주가부양책 ‘밸류업’ 최대 수혜주로 상장 계열사 시총 최상위 종목들이 꼽히는 겹호재를 현대차그룹이 맞이한 가운데, ‘인도법인 기업공개(IPO)’에 따른 주가 상승 모멘텀이 발생한 그룹 내 대장주 현대차발(發) 훈풍이 그룹 전체 시총의 상승세를 이끈 결과다.
반면, 그룹별 시총 2위로 올해를 시작했던 LG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캐즘(Chasm, 정체기)’ 우려로 그룹 내 시총 최상위 2차전지주가 약세의 늪에 빠지면서 SK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에까지 시총이 뒤쳐지는 ‘쇼크’에 빠졌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현대차그룹 상장 12개사 시총 합산액은 158조1591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11개사 시총 합산액이 155조2668억원에 그친 LG그룹을 4위 자리로 밀어내고 현대차그룹이 3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LG그룹보다 시총 합산액 순위가 높게 자리잡은 것은 874일 만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했던 지난 2022년 1월 27일 이후 처음 현대차그룹 시총이 LG그룹을 넘어섰다.
현대차그룹 시총의 ‘쾌속질주’를 이끈 종목은 그룹 내 ‘대장주’ 현대차다. 전날 현대차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3.92% 상승한 27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엔 6.34% 오른 28만5000원까지 찍으며 ‘52주 신고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지난 15일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서류(DRHP)를 제출, 상장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는 소식이 투심을 자극하면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 인도법인이 기업공개(IPO) 작업을 완료할 경우 할인 후 지분가치, IPO 조달 현금, 인도 법인 수익가치 등을 합해 본사 주가가 약 18.8%, 시총이 약 10조5700억원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신공장 가동 예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 확대 따른 인도 시장 평균판매단가(ASP)와 수익성 성장, 내년 크레타EV 출시로 현대차가 인도 전기차 시장의 주요 메이커로 부상할 가능성까지 더하면 IPO 이후 기업 가치는 현재 추산 금액을 상화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반영할 경우 현대차 기업 가치 상승효과는 약 16조8000억원(현 주가 대비 29.9%)에 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인도 법인의 IPO 소식이 그룹 전체 시총 급등세로 이어질 수 있었던 데는 현대차, 기아 등 주요 상장사의 역대급 호실적 행진에 밸류업 정책 본격 시행에 따른 주가 추가 상승 기대감이란 주가 랠리를 이끌던 ‘하이브리드 엔진’이 이미 탄탄했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 19.2% 증가한 3조6000억원, 3조4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증권가에서 나왔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를 말끔히 해소한 모양새다. 현대차·기아 시총도 올해 들어서만 각각 35.49%(15조2757억원), 28.40%(11조4173억원)씩 늘었다.
국제적 주목도가 높아지며 각종 해외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는 대표 ‘K-방산주’ 현대로템의 시총도 올해만 60.15%(2조9032억→4조6495억원) 늘었다.
그룹별 시총 순위 4위로 내려 앉은 LG그룹의 발목을 잡은 것은 ‘2차전지’ 섹터에 찾아온 혹한기였다. 그룹 내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올해만 21.29%(100조350억→78조7410억원) 급락했고, LG화학도 리튬 가격 약세에 따른 2차전지 소재 부문 부진과 석유화학 제품군 수익성 악화까지 겹치며 시총이 28.86%(35조2256억→25조603억원) 미끄러져 내렸다. 두 종목의 올해 시총 감소액만 31조4593억원에 이른다.
최근 인공지능(AI) 랠리와 관련한 데이터센터 냉각 관련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치솟았던 LG전자 역시도 상승분을 반납하며 올해 통산 시총은 1.38% 감소했다. ‘밸류업’ 수혜주인 지주사 LG 역시도 연초 급등 후 부진이 계속되며 올해 수익률은 -6.40%에 그쳤다.
LG그룹주의 부진은 SK그룹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주면서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AI 랠리의 최대 수혜주로 언급되는 SK하이닉스(올해 시총 증가율 57.60%)를 비롯해 SKC(107.62%), SK스퀘어(67.18%) 등 주요 반도체주의 선전이 돋보였던 SK그룹의 시총은 237조7226억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주요 그룹별 대장주 간 단일종목 기준 시총 순위에서도 LG그룹의 지위가 더 약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난 2022년 1월 상장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이어 시총 약 118조원으로 2위 자리에 올랐던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기준 시총 78조7410억원으로 SK하이닉스(162조3445억원)의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어 4위 현대차(58조3224억원)에도 맹추격을 허용한 분위기다. 연초만 해도 현대차 시총(43조467억원)이 LG에너지솔루션의 5분의 2 수준에 불과했지만,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74.07%까지 따라잡힌 모양새다.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 현대차그룹주의 강세와 LG그룹주의 부진으로 인한 시총 격차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곧 다가올 2분기 실적 예상치를 놓고 두 그룹사 주요 종목에 대한 전망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4조2379억원, 3조4030억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각각 4.4%, 18.3% 상향 조정됐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높은 믹스 효과에 물량 효과가 더해질 것”이라며 “하반기 금리 인하와 글로벌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경쟁사 대비 낮은 인센티브와 재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고마진 지속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현대차는 호실적과 현금에 기반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더욱 기대된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차량 및 기타 사업 부문을 합산한 현대차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15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미 주주환원을 발표한 기아와 같은 수준의 환원율(31%)을 제시할 경우, 자사주 매입 규모는 약 1조원이 될 것”이라며 “규모에 따라 주가 개선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497억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45.2%나 하향 조정됐다. KB증권은 미국 내 전기차 침투력 둔화와 제너널모터스(GM)의 판매 조정 등을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판가 하락에도 판매량이 증가한 점은 증익 요인이지만, 미국·중국의 설비 전환과 유럽의 판매 부진 등으로 전체 가동률이 60% 초반에 머물며 생산세액공제(AMPC) 제외 본업 영업손실이 66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LG그룹 내 주요 종목들에 대한 중장기적 반등 가능성 역시도 주목할 포인트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LG전자, LG생활건강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3개월 전 대비 11.7%, 20.5% 높아진 9791억원, 157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표적인 애플 관련주 LG이노텍에 대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854억원) 상승폭도 389.9%에 이르는 것도 하반기로 실적·주가 상승 동력이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애플 인텔리전스’란 AI 전략을 바탕으로 ‘AI 아이폰’ 등의 출시가 예정됐다는 점이 호재란 평가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