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빅 딜’ 매각 여파 촉각
“SSM 부분 매각 가능성” 제기도
서울 강서 홈플러스 본사. [홈플러스 제공]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알리익스프레스의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에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까지 진출하는 발판이 마련되면 국내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홈플러스 인수합병(M&A)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4년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홈플러스와 알리익스프레스는 인수합병 논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는 국내 대형마트 빅3 가운데 하나인 홈플러스의 매각 이후를 전망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중심인 알리익스프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오프라인 점포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퀵커머스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온라인 중심인 이커머스 모두 파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가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하면 이커머스 업계를 독식 중인 쿠팡의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 전국 홈플러스 129개 매장과 물류센터 4곳(안성·함안 상온·신선별 각 2개)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활용한 ‘즉시 배송’ 서비스도 알리익스프레스에 적용할 수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물류센터는 전국 3곳(오산·용인·함안)에 있다. 매장은 315곳에 달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온라인 배송 기간을 단축하면 국내 이커머스의 강점인 배송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 한국에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632억원이 연내 구축하는 통합물류센터에 쓰인다.
홈플러스 측면에선 ‘저가 공세’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이미 국내 대형마트는 고물가에 대응해 각종 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다. 홈플러스가 알리익스프레스의 자본을 등에 업으면 이보다 더 큰 폭의 혜택을 선보일 수 있다. 국내 유통기업의 실적 악화 속에서 지난해 매출 3조원을 기록한 다이소가 사례로 지목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홈플러스 제공] |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통해 알리바바 저가 중국산 물품을 공급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것이 현실화하면 대형 다이소가 등장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다만 관계자는 “단기간에 기존 경쟁자를 위협할 수준은 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전개하는 할인 전략은 벽을 허물게 될 것”이라며 “고물가와 가계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소비자는 더 저렴한 플랫폼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현재 부정적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이미지 쇄신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는 유해물질 논란이 불거진 후 이용자 수가 줄고 있다. 실제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 3월 887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두 달 연속 감소했다. 4월에는 859만명, 5월에는 830만명이었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은 관련 브랜드와 상품 유통 인프라를 모두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라며 “중국에 대한 불신을 한 번에 털어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과 온라인 플랫폼 회사의 성격이나 문화가 달라 인수 효과는 길게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SSM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 알리익스프레스에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국내 SSM 시장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가 점유율 20%대로 나눠갖고 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4조3000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려 테스코에 7조2000억원을 주고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994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mp125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