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명의 권리변동도 불법 간주
대출한도 줄고 세제혜택 못받아
LH는 공특법으로 한숨 돌렸지만
국토부 개정안 보완책 적극 검토
지난 3월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부부 공동명의를 금지하는 부수 조항이 추가돼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국에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입주를 앞둔 계약자들의 잔금 대출에 줄줄이 문제가 생길 것으로 관측되면서 민원과 유권해석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사실을 인지해 즉각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월 29일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실거주 의무 시작 시점을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3월 19일 공포·시행됐는데, 국회가 개정안에 매매·증여 등 권리 변동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면서 곳곳에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집 소유권을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는 것도 이 같은 권리 변동으로 보고 위법 사항으로 간주하면서다.
이런 상황에 그동안 주택을 공동명의로 변경해 잔금 대출 계획을 세우던 예비 입주자들은 졸지에 날벼락을 맞았다. 일반적으로 청약 당첨자는 분양권 상태에서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는데, 이 같은 행위가 ‘불법 양도’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A씨는 “원래대로라면 부부 공동명의로 바꿔 부부합산 소득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계획이었다”면서 “단독명의로 대출을 신청할 경우 한도가 나오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호소했다.
공동명의는 개인에 따라서는 대출 한도를 늘리려는 수단도 되지만, 절세 혜택을 받기 위해 통상적으로 활용된다.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면 추후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고, 종합부동산세 공제도 유리하다.
또 공동명의가 아니라면 잔금 납부를 목적으로 현 명의자인 배우자에게 자금을 이체하는 행위 자체가 증여로 간주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단독명의 상태에서 6억원 이상 이체가 진행됐을 경우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공동명의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되자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공공주택 공동명의 변경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조차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여러차례 입장을 번복했다. 이달 LH는 인천영종 A33·A37·A60블록 공공분양 아파트 수분양자들에게 ‘주택법 개정으로 거주의무 적용 주택은 불가피하게 부부 공동명의 처리가 6월26일까지만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후 다시 안내문을 정정하며 ‘부부 공동명의 변경 승인행위가 위법하다는 의견을 받아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주택법의 상위법인 공공주택특별법(공특법)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특법은 공공분양주택의 양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제49조의6에 따라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 또는 주택의 일부를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경우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이번 입법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관련 기관 의견 조회가 없어 개정 사항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3월 이후 승인이 이뤄진 건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공공단지 수분양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지만, 민간단지 입주 예정자들은 여전히 정부의 입장 만을 기다리고 있다. 자칫하면 범법자로 몰릴 수도 있다. 주택법에 따르면 거주 의무기간을 채우지 않은 상태로 부부 공동명의로 변경한 사람들은 벌금 3000만원 이하 또는 징역 3년 이하에 처해진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주택법 개정안과 관련해 민원이 빗발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권해석을 내리는 등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택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민들 실생활에서 어려운 점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로명·박자연 기자
do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