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고양이 전문 박람회 '2024 궁디팡팡 캣페스타'에서 참관객들이 고양이 용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우리나라 의식주 필수 생활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60% 가량 더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사과·돼지고기·소고기·골프장 이용료 등 가격 수준은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비쌌다. 주거비도 OECD 평균보다 20% 이상 더 필요했다.
한은은 품목별 물가 양극화를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유통구조 개선이나 수입 등 구조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18일 공개한 '우리나라 물가 수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둔화하고 있으나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물가 수준(level)이 크게 오른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특히 식료품·의류 등 필수 소비재의 가격 수준이 높아 생활비 부담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020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16.4%)은 전체 소비자물가(13.7%)를 웃돌고 있다.
특히 다른 주요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식품·의류·주거 관련 품목의 고물가 현실은 더욱 두드러진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 EIU 통계(2023년 나라별 주요 도시 1개 물가 기준·한국은 서울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식주(의류·신발·식료품·월세) 물가는 OECD 평균(100)보다 55% 높았다. 품목별로는 의류·신발, 식료품, 주거비 물가 수준이 평균을 61%, 56%, 23%씩 웃돌았다.
품목을 더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우리나라 사과(OECD 평균 100 기준 279)·돼지고기(212)·감자(208)·티셔츠(213)·남자정장(212)·골프장이용료(242) 등의 물가가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오렌지(181)·소고기(176)·원피스(186)도 거의 두 배 수준이었다.
OECD 국가 가운데 통계가 없거나 시계열이 짧아 비교가 불가능한 나라를 뺀 33개국의 순위를 따져도, 한국의 이들 품목 물가는 대부분 최상위권이었다.
사과·티셔츠가 1위, 오렌지·감자·골프장 이용료가 2위, 소고기·남자 정장은 3위, 바나나·원피스·오이가 4위를 차지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특히 높은 원인으로 낮은 생산성, 유통비용, 제한적 수입 등을 꼽았다. 농경지 부족과 영세한 영농 규모 등 탓에 생산 단가가 높은 데다 유통에도 비용이 많이 들고, 일부 과일·채소의 경우 수입을 통한 공급도 주요국과 비교해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비싼 옷값은 브랜드 의류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성향, 고비용 유통경로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공공요금 수준의 경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뚜렷하게 낮았다. EIU 통계상 한국의 공공요금(전기료·수도료·대중교통·우편요금)은 OECD 평균보다 27% 쌌고, 개별 세부 품목 가운데 수도료(OECD 평균 100 기준 58)·전기료(52)·외래진료비(42)·인터넷 사용료(40)는 거의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구조적 문제로 계속 물가 수준 자체가 높거나 낮은 문제는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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