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자 네트워크 확충 시도
투자업계 속내 복잡…큰 손 고객 vs. 시장 잠식
[출처=123RF] |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홈플러스 인수설을 부인하고 나섰음에도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공략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물류센터 가치를 꼼꼼하게 평가하는데 더해 국내 판매자 네트워크 확충을 시도하는 등 한국 텃밭 다지기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투자 확대는 시기의 문제일 뿐 파트너와 투자대상에 보다 관심이 모인다는 시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국내 유통 기업과 인수·합병(M&A)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해당 M&A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 측이 홈플러스 매물가치 검토를 위해 한국 홈플러스 매장을 찾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바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홈플러스 인수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로 홈플러스의 특색을 꼽았다. 홈플러스는 경쟁사가 교통 요지에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를 놓고 전국 권역 배송망을 구축한 것과는 달리, 각 점포 또한 자체 물류센터로 활용해왔다.
이는 영국 테스코의 색깔이 묻어있는 후방공간과 물류차랑 입출입 공간 덕택이다. 후방공간(warehouse)는 상품 임시 진열공간과 상하차 대기, 물류차량 입출입 공간을 통칭하는데 홈플러스의 차별성을 극대화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테스코 합작 이후 지은 점포에 주로 확보되어있는 공간이며, 점포에 따라 지상과 지하에 폭넓게 마련됐다.
홈플러스를 차치하더라도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전용 물류센터의 가치를 이미 확인한 바 있다. 2020년 중국 웨이하이에 한국 전용 물류센터를 마련한 알리익스프레스는 기존 수십일이 걸리던 배송일을 일주일 이내로 단축시켰다.
이를 통해 2018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으나 배송일로 인해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한 상황과는 차별점을 만들었다. 당시 알리익스프레스는 신흥시장 개척을 위해 홍콩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에도 진출했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이후 심기일전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6월 3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산둥성 웨이하이, 옌타이에 구축했다. 한국으로 향하는 상품만을 보관하는 한국 전용 물류센터다. 국내 쇼핑앱에 밀렸던 알리익스프레스는 점차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2위에 올라 11번가·G마켓·티몬·위메프 등을 따돌렸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평택항과 가까운 위치인 산둥성 일대에 재고를 보관하고 있지만 국제물류와 통관에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을 초국경 물류 거점으로 고려해 역직구 전초기지로 염두에 둔다면 물류센터 필요성이 더 커진다.
때문에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 물류센터 개설·운영을 검토하는 수순은 어색하지 않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물류센터에 대한 자세한 조건을 검토했다는 이야기는 물류업계에 공공연하게 알려져있기도 하다. 지난해 연말 서울 중구에서 열린 ‘IP 소비자 보호 강화’ 기자간담회에서는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국내 물류센터 개설·운영을 검토할만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 알리익스프레스는 물류센터 확보 노력과 맞물려 한국 셀러 확보에도 공력을 쏟는 모습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0월 주문 후 3일 내 배송되는 한국전용 상품 채널 케이베뉴(K-Venue)를 론칭했다. 케이베뉴 활성화를 위해 케이베뉴의 입점 및 판매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국내 판매자 네트워크 확충을 시도하기도 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바라보는 투자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 풀 꺾인 부동산시장에 큰 손 고객이 찾아왔다는 기대감이 가득한 한편 인적자산까지 흡수해가는 통에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주주 손바뀜 시기가 도래한 국내 이커머스업체 또한 한동안 알리익스프레스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aret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