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산업단지에서 정성훈 진로 소주 베트남 법인장이 하이트진로의 첫 해외 공장 건립과 관련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헤럴드경제(타이빈성)=전새날 기자] “진로의 대중화를 위해 베트남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세울 예정입니다. 공장이 건립되면 연간 기준 적어도 100만 상자를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정성훈 진로 소주 베트남 법인장)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산업단지. 베트남 북부에 자리 잡은 타이빈성은 수도 하노이에서 110㎞ 거리다. 차로 이동하면 약 2시간이 걸린다. 이곳에 하이트진로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선포한 ‘글로벌 비전 2030’ 목표에 따라 첫 해외 생산공장이 들어선다. 하이트진로는 ‘진로(JINRO)의 대중화’를 통해 2030년까지 소주 해외 매출액 5000억원을 돌파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이트진로 베트남 생산법인은 앞서 산업단지와 779만달러(한화 약 104억원) 규모의 토지 및 기반 시설 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공장 규모는 축구장의 11배 크기다. 8만2083㎡(약 2만5000여 평) 규모로 조성된다. 올해 12월까지 설립을 준비하고, 내년 1분기 공사를 시작해 생산 설비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완공 예정 시기는 2026년이다. 하이트진로는 2026년 2분기부터 시운전과 생산에 들어간다.

초기 목표는 과일소주 1개 라인에서 연간 100만 상자를 생산하는 것이다. 올해 소주 해외 판매량 목표의 17%를 차지하는 규모다. 정 법인장은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계획”이라며 “생산 물량의 80~90% 이상을 수출하고, 10~20%를 베트남 현지에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부지에 (과일소주) 1개 라인을 구축하고, 추가로 2~3개 라인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0일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산업단지 내 하이트진로 공장 부지. 전새날 기자

10일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산업 단지에 자리잡은 하이트진로 해외 공장 부지에서 정성훈 진로 소주 베트남 법인장이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베트남 공장은 증가하는 수출 물량을 고려한 투자다. 실제 최근 6년간 하이트진로의 소주류 해외 매출은 연평균 15%씩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수출 소주류 매출은 2018년 289억원, 2019년 298억원, 2020년 301억원, 2021년 281억원, 2022년 417억원, 2023년 602억원으로 나타났다. 기타주류(과일소주 및 기타)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크다.

정성훈 법인장은 “친기업 정책을 펼치는 베트남에서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가진 타이빈을 택했다”며 “물류 접근성이 우수한 도시로, 젊은 인력이 풍부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타이빈성과 동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빈은 베트남 정부가 경제특구로 지정한 이후 빠르게 산업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서울의 약 2.6배에 달하는 1586㎢ 면적에 200만명의 인구가 있다. 국제공항, 항구, 해안도로 등이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베트남에서 고등학교 졸업자가 많고, 대학교 진학률도 높다. 배출되는 직업교육 근로자도 풍부하다. 생산 가능 연령대 비중은 57%에 달한다.

특히 타이빈 경제특구는 파격적인 투자 인센티브로 기업을 유치 중이다. 투자 후 처음 4년간 법인세도 100% 면제해 준다. 이후 9년은 50% 감세 혜택을 제공한다. 투자 이후 15년이 되는 나머지 2년 동안에도 10%의 우대 법인세를 적용받는다. 연간 토지 임대료(토지세) 역시 15년간 면제다.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산업 단지 내 하이트진로 해외 공장 조감도. 전새날 기자

하이트진로가 제시한 현지 공장의 목표는 세 가지다. ‘해외 표준 공장 건설’이 첫 번째다. 소주 세계화에 맞춘 유연한 생산라인 구축과 현지화 기반의 생산 표준화다. 두 번째는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다. 하이트진로 100년의 헤리티지를 담은 구성을 바탕으로 문화와 역사를 녹인 콘텐츠를 구상할 계획이다. 마지막은 ‘지속가능한 제조환경 조성’이다. 환경친화적인 설계로 탄소 절감에 대응하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추진한다.

정 법인장은 “공장 운영부터 생산설비, 물류시스템, 통합모니터링시스템, 품질관리시스템까지 가장 이상적인 공장으로 설계했다”며 “국내외에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면 복사하고 붙여넣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효율적인 표준 체계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수질’에 대한 우려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그린아이파크 정수장에서 제공하는 물은 ‘클린 워터(Clean Water)’라고 불리며, 이는 한국 수돗물 수질 기준에 적합한 수준”이라며 “이 물은 다시 자체 구축한 고도의 수처리 시설을 거쳐 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공장이 동남아 시장의 생산·유통을 도맡는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법인장은 마지막으로 “초기 목표를 훨씬 뛰어넘어 향후 500만 상자 이상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추가적인 해외공장보다 베트남 내 설비 증설이 우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홍보관. [하이트진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