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첫 국외공장 2년내 완공
“유흥채널 공략, 현지화 비율 높여”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가 지난 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있다.[하이트진로 제공] |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가 오는 2030년까지 소주 해외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진로(JINRO)의 대중화’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비전 2030’을 통해서다.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세워 수출 물량을 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주류시장에서 ‘진로’만의 독보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발휘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전무는 “지금까지 소주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 하이트진로의 브랜드를 주축으로 세계 주류시장의 중심에 서고자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비전 선포를 통해 증류주 카테고리를 넘어 세계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한국인이 언제 어디서든 소주를 편하게 즐기는 것처럼 세계인의 일상에 함께하는 주류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글로벌 영문 태그라인인 ‘EASY TO DRINK, DRINK TO LINK(편하게 한 잔, 한 잔 후 가깝게)’를 제시했다.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황 전무는 “2030년까지 소주로만 해외에서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특히 소주의 현지화 비율을 90%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적으로 올해 판매량 목표를 약 3배 성장한 5억병 이상으로 설정했으며, 향후 7년간 이를 확장할 방침”이라며 “수출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베트남에 첫 해외 생산공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시장에서 플레이버(과일) 소주로 접근성을 높인 하이트진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레귤러(일반) 소주의 대중화다. 황 전무는 “지금까지 가정채널을 공략했다면 엔데믹 이후 업소·유흥시장의 성장을 고려해 유흥채널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 입장에서 베트남은 상징적인 국가다. 먼저 지난 1968년 소주를 처음 수출한 국가다. 2016년 소주의 세계화를 처음 선포한 곳이기도 하다. 2023년에는 첫 해외 생산기지로 베트남을 택했다. 올해 100주년을 맞아 향후 비전을 선포하는 자리가 됐다.
황 전무는 ‘소주 세계화’ 선포 당시를 회상하며 “2016년부터 올해까지 제품, 유통,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세 축으로 소주의 세계화를 펼쳤다”며 “‘녹색병 소주’를 알리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규 소비자 유입이 쉬운 플레이버(과일)와 레귤러(일반) 투트랙 전략으로, 국가별 성향과 특성을 반영한 제품으로 현지화를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주는 이제 세계시장에 안착했다. 그는 “전략국가는 2017년 8개국에서 2024년 17개국으로 확대됐으며, 최근 대만과 멕시코를 추가해 현재 마케팅과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2020년 약 10만개 점포에 입점했는데 작년에는 18만개 점포에 입점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했다.
수출 부문에서도 성장판이 열렸다. 실제 지난해 소주는 단일 품목으로 10년 만에 수출액 1억달러를 돌파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1억141만달러로 집계됐다. 소주 수출액이 1억달러를 넘은 건 2013년(1억751만달러) 이후 10년 만이다.
인지도도 상승했다. 2022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상품 카테고리에 ‘소주’가 등록되며 국제적인 상품 명칭으로 인정받았다. 여기에 등재된 K-푸드는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 8개가 전부다. 교민 중심이던 음용 비율도 현지인을 중심으로 비중이 늘었다. 황 전무는 “현지화 비율은 2016년 23%에서 2022년 81%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확장은 이제 시작이다.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건립하는 첫 해외 생산공장을 통해서다. 완공은 2026년 예정이다. 초기 목표 생산량은 연간 100만 상자다. 향후 물량을 추가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동남아 시장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노이=전새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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