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 설치 안건 표결에 부결
올해 말 입주를 앞둔 1만2032가구 규모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최근 시공사업단에서 커뮤니티 시설로 반려동물 샤워시설 설치를 제안했지만, 입주예정자들의 반대에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단에서는 아파트 고급화의 일환으로 반려동물 샤워시설을 추진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위생, 외부 반려견 출입 등의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면서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13일 열린 대의원회에서 ‘반려동물 샤워시설 설치안건’을 상정해 표결했지만, 부결됐다. 반려동물 샤워시설은 반려견, 반려묘 등을 위한 셀프 목욕기, 대형 드라이기, 미용테이블 등을 갖춘 시설을 의미한다.
강남권 아파트 중에선 지난해 말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반려동물 샤워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 측은 시공단의 반려동물 샤워시설 제안 배경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단지 내 녹지공간이 넓고 인근에 올림픽곡원이 위치해 있어 입주자의 반려동물 산책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를 위한 반려동물 샤워시설이 요구되고 있는 상태”라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세대와 키우지 않는 세대 차별 등을 고려하면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입주민들의 배려수준은 문화적 포용성을 나타내고 있고, 아파트 고급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에 시공단에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시설을 주민회의실 중 외부 출입구 설치가 가능한 곳의 일부 설계를 변경해 아파트 준공 전에 조성하고, 추가 비용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반려동물 샤워시설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입주예정자 사이에선 거센 반발이 일었다. 한 입주예정자는 “반려동물 샤워시설과 아파트 고급화가 무슨 관계가 있나”라며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다른 입주예정자도 “털, 냄새는 어떻게 할 건가”라며 “안그래도 단지가 외부인 반려견의 산책길이 될까봐 걱정인데 샤워시설까지 만들면 더 많이 올 것”이라고 했다.
이런 둔촌주공 사례처럼 반려동물을 둘러싼 잡음은 단지 곳곳에서 잇따르는 모습이다. 강남구 개포동 신축 아파트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지난달부터 입주민 반려견 인식표를 만들어 판매하고, 인식표를 착용하지 않은 외부 견주와 반려동물은 단지 밖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외부인들의 무분별한 단지 출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배설물 방치, 조경 훼손 등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러한 조치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가 입주민들의 반려견 산책을 사실상 금지하는 관리규약을 공지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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