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대도시에 대한 투자 지나치게 부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이 실효성 있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비수도권 경제를 이끌 소수의 거점도시에 공공투자를 집중하는 쪽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형평성보다 효율성을 앞세운 거점도시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거점도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부는 19일 부산에서 열린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2022년 수도권과 충청권의 연평균 성장률은 3.4%로, 동남권, 호남권, 대구·경북권(1.4%)보다 월등히 높았다.
두 지역의 성장률을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지역 간 성장 격차는 절반 이상인 51.7%가 생산성 격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두 지역의 생산성 격차가 향후 5년 동안 지속될 경우 수도권과 충청권 이외 지역 인구는 4.7% 유출되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역 간 자산(자본 스톡) 분포의 차이도 크다. 국토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국가 전체 자산의 46.0%가 몰려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을 더한 자산 비중도 60.1%에 달해 면적 비중(28.4%)을 크게 웃돈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높은 생산성은 대기업과 고숙련 노동력, 연구개발 활동, 생산 지원 인프라 등이 집중된 데 따른 집적경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한은의 결론이다.
한은은 정부가 그동안 저개발지역 발전에 초점을 둔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오면서 오히려 비수도권 대도시에 대한 투자가 지나치게 부족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GRDP 대비 공공투자 비율을 보면 비수도권 대도시에 속한 기초자치단체는 2011~2021년 연평균 1.4%로 중견 도시(3.9%)나 소도시·군(16.0%)보다 크게 낮았다.
한은은 이런 정책이 인구 유출을 막거나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도시에서 GRDP 대비 공공투자 비율이 늘수록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한 것과 달리 소도시·군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이전 장소로도 대도시가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됐다. 공공기관을 비수도권 대도시로 옮긴 경우가 대도시에서 먼 외곽 신도시로 옮긴 경우보다 계획 인구 달성률, 가족 동반 이주율 등 성과지표 측면에서 우수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런 분석을 토대로 비수도권 대도시에 공공투자를 집중해 높은 생산성을 가진 소수의 거점도시로 키우는 방안을 수도권 집중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과거 인구 증가 시기에는 전 국토에 빠짐없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지만, 앞으로는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개발 재원이 한정될 것인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취지다.
한은은 "비수도권 대다수 지역이 비슷하게 쇠퇴하는 것보다는 거점도시 중심의 집적 이득이 주변에 고루 파급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거점도시 조성 방안으로는 먼저 민간 부문의 투자 여건 개선을 들었다. 특히 지역 투자에 관심이 있는 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도시별 산업 특성에 맞는 연구개발 기관과 인력을 확충해 시너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우수한 인적 자원의 유입을 위해 교육·문화·의료 등 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해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효율적인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긴요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모든 지역이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열매를 맺을 만한 몇 그루의 든든한 나무를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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