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수출량 증가로 재고 부족
산지가격 상승…복잡한 유통구조 영향도
정부, 유통 마진 개선 계획 발표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동원 양반김.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 전남 완도에서 8년째 김을 생산하는 어민 A씨의 일상은 최근 치솟은 김 가격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예전보다 산지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면서 “김이 잘 팔리니 좋지만, 우리는 경매를 통해 김을 판매해 중간 유통업자에 비해 벌이가 크게 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매단가는 모든 농산물이 그렇듯 시세에 따라 달라진다”며 “지금 2만원을 더 받더라도 내일 또 달라질 수 있어 오늘 더 번 것이 큰 의미는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마진(중간이윤)을 많이 남기는 중간 유통상은 2차 가공을 해서 제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거나 수출한다”며 “그 과정에서 1000원짜리가 만원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김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7.8% 상승했다. 2018년 1월 이후 6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원초 가격이 상승하면서 김 소비자 가격도 연쇄적으로 올랐다.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건 복잡한 유통구조다. 기후 변화와 재고 감소도 영향을 미쳤지만, 유통 과정에서 붙는 마진이 소비자 부담을 부추겼다. 지난해 해수부가 발간한 ‘수산물 생산 및 유통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종 소비형태인 마른김 기준 유통 경로는 크게 생산자→산지위판장(물김)→가공업체(마른김)→도매시장→소매업체 순으로 이뤄진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3월 고흥군 산지 위판가격은 ㎏당 787원이었다. 마른김을 세는 단위인 1속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3.6㎏당 1만897원이다. 이 가운데 위판수수료 4.5%를 제외한 어가 수취가격은 1만407원이다. 최초 생산자인 어민은 최종 판매가격(6만3000원)의 16.5%를 자신의 몫으로 가져간다. 김 양식을 하는 B씨도 “올해 이상기후가 영향을 미친 상황에서 수출 등 수요가 늘면서 바이어들이 김을 많이 찾는다”며 “김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약속한 가격이 있으니 큰 마진을 남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른김 가공을 거쳐 도매시장으로 반입된 김 가격은 ㎏당 1만7531원이다. 인건비, 위판 수수료 등 직·간접적 비용을 제외하면 마른김 가공업체의 이윤은 1022원이다. 도매시장으로 넘어간 김 판매가격은 ㎏당 2만4615원으로 오른다. 유통 단계를 지나며 구운김 기준 최종 소비자가격은 ㎏당 6만3000원까지 뛴다. 소매단계의 이윤은 최종 판매가격의 31.5%인 ㎏당 1만9855원이다.
어부들이 충남 서천 바다 양식장에서 김을 채취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
정리하면 원초(김의 원재료)가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값은 5배가 뛰었다. 생산자(1만407원)→산지위판장(1만897원)→가공업체(1만7531원)→도매시장(2만4615원)→소매업체(6만3000원) 등 가공 및 유통 과정을 거친 결과다. 조사 기간과 김 종류에 따라 일부 차이는 존재하지만 대체로 식탁에 오르는 과정이 복잡할수록 최종 소비자 가격은 뛸 수밖에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산지 가격이 전년 대비 약 2배 높은 상황에서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친 최종 소비자가가 치솟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24년산 물김 평균 위판가격은 ㎏당 1921원으로 집계됐다. 전년산(1093원)과 평년(918원) 대비 각각 75.8%, 109.3% 높은 값이다. 산지 가격은 높은 김 수출 수요와 평년보다 적은 재고로 어기 내내 전년 및 평년보다 높게 형성됐다.
다만 해수부는 이에 대해 “올해의 경우 산지 가격에 비해 소비자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라며 “위판가가 올라 산지도 그만큼 이익을 봤기 때문에 유통단계 비용만의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달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물가 수준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며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면서 주요국보다 1.5배 높은 식료품 물가에 대해서는 유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농경지 부족과 영농규모 영세성 등으로 생산성이 낮아 생산단가가 높고, 유통비용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고물가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복합한 도매시장 유통단계와 과다한 유통 마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유통구조를 다양화해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고 유통 단계별 낭비 요소를 최소화해 농산물 유통비용을 10% 이상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산물의 경우 부산공동어시장 등 거점 위판장 100곳을 현대화해 전국 214개 산지위판장 통합을 유도할 예정이다. 김 등 주요 품목은 수협 등 생산자단체를 통해 계약재배해 안정적인 수급 관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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