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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가 생성형 AI 붐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알려져 있던 컴퓨터 부품 회사가 이제는 전 세계 증권 시장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회사가 된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엔비디아 투자로 큰 수익을 냈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포모(FOMO·소외공포)에 시달리는 개인투자자들도 덩달아 함께 늘고 있다.
20일 한 온라인 주식·투자게시판에는 최근 ‘금비디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사람은 “(엔비디아를) 벌써 8년째 가지고 있다. 앞으로 5년만 더 갖고 있어 보려고 한다. 그새 금액이 더 올랐다”라고 올렸다.
20일 한 온라인 주식·투자게시판에 올라온 엔비디아 수익인증 사진 |
이 사람이 올린 수익인증 사진을 보면 글쓴이는 엔비디아 주식을 총 3040주 보유 중이며 평균 매입 단가는 3.6달러다. 이 글을 올린 날을 기준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132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3556.7%의 수익률을 기록 중으로 나온다. 총 평가손익은 39만3218달러 가량으로 원화로 환산하면 5억5000만원에 육박한다. 20일 현재 엔비디아 주가가 135달러를 넘었기 때문에 수익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게티이미지] |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거의 5조달러(6900조원)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엔비디아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시가총액이 3조3350억달러(4600조원)에 달해 마이크로소프트(3조3173억달러)와 애플(3조2859억달러)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엔비디아에 대해 가장 강세론을 펴는 사람 중 한 명인 로젠블라트 증권의 한스 모세스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모세스만 애널리스트는 이날 엔비디아의 목표 가격도 140달러에서 200달러로 대폭 상향했다. 지난 10일 이뤄진 10대1 액면 분할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이유도 곁들였다.
2017년부터 엔비디아를 담당해온 그는 이 회사의 하드웨어 제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진정한 가치는 "모든 하드웨어의 장점을 보완하는 소프트웨어에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향후 10년 동안 이 소프트웨어 분야의 매출도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가 엔비디아 담당 애널리스트들을 조사한 결과로는 매수 64건, 보유 7건, 매도 1건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 시총은 지난 5일 처음으로 3조 달러(4140조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6월 1조 달러(1380조원)를 넘고 8개월 만인 지난 2월 2조달러(2760조원)에 진입했으며, 다시 4개월 만에 3조달러에 들어섰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65%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을 2조달러 이상 늘렸다. 지난해에도 200% 이상 올랐다. 블룸버그는 1999년 나스닥 상장 이후 25년간 엔비디아의 수익률은 재투자된 배당금을 포함해 무려 59만1078%에 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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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초기 3D 비디오 게임을 구동하는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조해 판매하며 시장에 진입했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이름이 알려졌다. 이후 GPU 부문에서 뛰어난 성능으로 입지를 다진 엔비디아는 2018년 비트코인 열풍으로 코인 채굴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을 때 이들의 컴퓨터에 필요한 GPU를 공급하며 한 단계 도약했다.
이어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PC 수요 급증으로 실적이 대폭 늘고 메타버스 수혜주로 꼽히기도 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다 엔비디아의 폭발적 성장이 시작된 것은 2022년 11월 말 오픈AI가 대화형 AI 챗봇 '챗GPT'를 공개하면서였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언어 모델을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GPU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엔비디아 주가에 날개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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