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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화재 부른 리튬은 분류상 ‘일반화학물질’…관리 사각
일차전지인 리튬 배터리, 화재 위험 적다고 평가되지만
높은 온도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 가능
폭발 위험성 적고 독성물질 안뿜어 별도의 안전 기준 마련 X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화재로 인해 근무중인 직원 67명 중 21명이 연락 두절 상태다. 화성=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경기도 화성시 서산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나면서 22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불이 난 공장인 3동에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000여개가 보관돼 있었는데, 배터리 1개에서 불이 붙으면서 급속도로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일차전지의 경우 화재 위험성이 적다고 여겨져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이번 큰 인명피해는 관리상 허를 찔린 것이나 다름없다.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되면 유해화학물질 등과 다르게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 기준이 없다. 일차전지도 일단 불이 나면 연쇄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련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전날 화재가 난 공장에서 보유하던 리튬 배터리는 대부분 한번 사용된 뒤 재충전 없이 폐기되는 일차전지로,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이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리튬 역시 불에 넣거나 고의로 분해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는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유해화학물질이 아닌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된다. 고체 리튬은 순 산소와 결합해도 상온에서 발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화재에서 볼 수 있듯 리튬은 반응성이 큰 금속이어서 매우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할 수 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 역시 1개의 리튬 배터리에서 시작해서 다른 배터리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연쇄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은 화재의 원인으로 ‘열 폭주(thermal runaway)’를 꼽고 있다. 열 폭주란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서 과열되는 현상을 뜻한다. 열 폭주 현상이 발생되면 배터리 온도가 불과 몇 초 만에 영상 400도 이상으로 상승하고 꺼진 불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소방에 따르면 화재가 난 2층에는 최소 3만5000개의 전지가 있었다고 한다. 화재 당시 현장 목격자도 소방에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됐다”고 전했다고 한다.

물로 끄기 어려운 리튬전지 화재라 불길을 잡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화재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신고 됐는데, 큰 불길은 약 5시간이 지난 오후 3시 10분경이 돼서야 잡혔다. 리튬전지에 물이 닿으면 수소가 발생하는데, 이때 발생한 수소가 산소와 만나면 불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소방은 배터리에 극소량의 리튬만 포함된 것으로 파악하고 물을 활용한 일반적인 진압방식을 사용했지만, 물로 진화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오후 4시 20분 기준 화재현장에서 시신 20여구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임세준 기자

현재 환경부의 화학사고 위기대응 매뉴얼 등은 유해화학물질이 대기나 수계로 유출돼 인명·환경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일차전지는 이차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의 위험성이 작다고 여겨지고, 일반적으로는 불산가스와 같은 독성물질을 내뿜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 기준 등이 마련된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리튬을 비롯한 일반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는 소방당국을 중심으로 대응이 이뤄지는데, 최근 리튬 배터리의 활용이 많아지면서 리튬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10월 15일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유발한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이차전지이긴 하나 리튬이온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에도 약 3300㎡에 달하는 넓은 장소에서 열 폭주 현상이 나타나면서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리튬은 전기차, 휴대전화, 노트북,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생활 곳곳에 들어가 있다. 이에 공하성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화재 가능성에 관심도 많고 보호장치도 많이 적용되지만, 일차전지는 그간 화재가 자주 발생하지 않아 안전기준 등이 마련된 것이 없다”며 “관련 안전기준과 안전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25일 오전 9시께 화재는 완진됐다. 현재까지 부상자는 중상 2명, 경상 2명, 사망자는 22명으로 총 3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사상자 중에서는 중국 국적이 1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귀화자 포함 한국 5명, 라오스 1명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특히 큰 화를 입었다. 수습된 시신의 훼손이 심해 현재까지 사망자 22명 중 2명의 신원만 확인된 상태다.

현재 공장 관계자가 추가적으로 직원 1명이 연락되지 않는다고 증언해 내부 수색 중이다. 화재 당시 해당 건물 1, 2층에는 아리셀 직원과 일용직 등 102명이 근무하고 있었고, 사망한 22명 중 대다수는 리튬 일차 전지 완제품을 검수하는 2층에서 발견됐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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