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상고·성공보수 예산 빠듯
“전문성 제고·소송전담팀 필요”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소송이 줄줄이 남아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올해 소송 예산은 3억원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유출 사고에 대응한다는 개인정보위 본연 업무가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타 자문 비용을 제외한 개인정보위의 올해 소송 예산은 3억2000만원가량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억483만원을 집행했다. 소송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이 각각 7370만원, 3080만원을 차지했고 인지대는 33만원이었다. 초호화 변호인으로 무장한 빅테크와 소송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 개인정보위 내부에선 위기감이 감돈다. 진행 중인 소송 중 일부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경우 개인정보위는 법무법인에 성공보수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소, 상고 등 상급심으로 넘어갈 경우에는 소송대리인 재선임 비용도 추가된다.
대표적으로 메타가 2020년 시정명령과 과징금 67억원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은 오는 9월 판결선고가 예정돼 있다. 현재 메타, 구글, 삼성전자, 인스타그램 등이 과징금 부과 처분에 불복하면서 개인정보위는 11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연말에 재판 결과가 나오는 소송이 여럿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법무법인에 지불할 성공보수와 항소·상고에 따른 지출을 생각하면 예산이 빠듯하다”고 말했다.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과징금 규모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소송을 예고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카카오는 지난 5월 오픈채팅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개인정보위가 1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개인정보위의 소송건수는 ▷2020년 5건 ▷2021년 4건 ▷2022년 1건 ▷2023년 8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산 부족으로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유출 사고에 대응한다는 본연 업무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메타, 구글, 인스타그램 등이 대형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줄줄이 선임한 반면, 개인정보위는 중소형 법무법인과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소송 전문성 제고를 위한 소송전담팀 구성은 아직이다. 고학수(사진) 개인정보위원장은 지난 7월 출입기자단 정례 브리핑에서 “조직 규모상 소송전담팀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소송에 대응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위원회 차원에서 별도 조직을 마련해 더 적극적으로 소송에 대응해서 준비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개인정보위가 정보주체의 권익 보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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