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의 배달 로봇 딜리가 지난달 26일 한국로봇사업진흥원으로부터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획득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주행 중인 딜리. [우아한형제들 제공]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자체 개발한 배달 로봇 딜리가 실전 투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르면 수개월 내 서울, 수도권 일부 지역에 로봇 배달 서비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딜리가 지난달 26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획득했다고 9일 밝혔다.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은 지난해 통과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따라 도로교통법상 보도 등에서 배달 로봇을 운행하기 위해서 필수로 받아야 하는 인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고, 인증을 획득한 실외이동로봇은 보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돼 보도와 횡단보도를 통행할 수 있다.

인증기관은 최대속도 15㎞/h 이하, 질량 500㎏ 이하의 실외 이동 로봇을 대상으로, 운행 속도·안정성·보안·관제장치 등 16개 항목에 대해 심사한다. 딜리는 16개 항목을 모두 통과하며 국내에서 6번째로 인증 받은 로봇이 됐다.

딜리는 배달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6개의 독립 서스펜션이 장착돼 거친 노면에서도 이동이 가능하고, 앞뒤 바퀴의 독립적 움직임으로 고속 주행 시에도 안정성을 잃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서도 방향 전환을 쉽게 할 수 있다.

또 최대 30㎏의 무게의 물건을 적재할 수 있고, 적재함 부피는 25.6ℓ다. 2ℓ 생수병 6개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크기다. 배터리 교체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운영 중 방전될 경우에도 재투입이 가능하다.

우아한형제들은 조만간 딜리를 실전에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샌드박스 구역 내에서 실증 수준으로 로봇을 운영해 왔지만, 향후에는 더 넓은 지역에서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서울,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딜리와 배달의민족 앱을 연계해 낮은 비용의 배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배달 로봇이 본격 도입될 경우, 부족한 배달원 수 보충은 물론, 배달원이 기피하는 배달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우아한형제들은 기대하고 있다.

황현규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기획팀장은 “이번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획득을 통해 로봇의 배달 가능 지역을 크게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배달의민족 앱과 연계한 로봇 배달 서비스를 더 많은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부터 아파트 단지, 공항, 대형 오피스, 공원 등에서 실외 배달, 실내 배달 등 여러 형태의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딜리로 서울 코엑스몰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 건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