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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정화 서강대 연구원 “국내 플랫폼 규제 혁신 저해 가능성…신중 필요”
(왼쪽부터)김성환 아주대 교수,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장, 채정화 서강대 ICT 법제연구소 연구원, 최용준 전북대 교수, 박선호 서강대 연구교수, 정윤경 순천향대 교수 등이 지난 9일 진행된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방송학회 제공]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국내에서 논의 중인 플랫폼 규제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혁신 저해 및 경쟁력 약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채정화 서강대학교 ICT 법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9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온라인 콘텐츠 산업 진단: 글로벌 시장 종속과 역차별 규제’ 기획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하며 섣부른 플랫폼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날 채정화 연구원은 ‘견제와 균형: 국내 콘텐츠 플랫폼 규제 동향과 방향성 모색’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국내외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특히 반독점 및 공정거래 중심의 규제, 유해 콘텐츠 및 가짜뉴스 확산 방지, 프라이버시 및 데이터 보호와 관련한 규제가 중심에 있다”고 설명했다.

채 연구원은 플랫폼 규제 시에는 국가·플랫폼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국가별로 처한 정치·경제적 상황과 자국 플랫폼 기업의 위상 등을 고려해 규제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논의되는 규제도 국내 플랫폼 기업의 혁신 저해 및 경쟁력 약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거시적인 프레임워크가 부재한 상황인 만큼 규제의 효용과 실효성에 대한 평가와 진단에 기반해 규제 여부가 결정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 연구원은 섣부른 규제는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애플이 유럽의 DMA(Digital Market Act) 규제 불확실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EU 27개국에 AI 기능 출시 중단을 선언했다”며 “이 사례를 통해 볼 때 규제로 인한 편익 감소는 온전히 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되기 때문에 충분한 숙의 과정과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종합 토론회도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최용준 전북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김성환 아주대학교 교수,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장, 박선호 서강대학교 연구교수, 정윤경 순천향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성환 교수는 정책적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자사 우대 규제는 과거 콘텐츠 동등 접근 규제를 반복하는 것과 같다”며 “글로벌 빅테크들의 경쟁 압력이 강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가져야 하는데, 이를 자사 우대라는 프레임으로 규제하려 하는 것은 실책이다”라고 말했다.

정윤경 교수는 플랫폼 규제 시 글로벌 기업의 시장 지배를 우려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1위 사업자를 규제하면 다른 2, 3위 사업자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 등 글로벌 시장의 1위 사업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가 공공연하게 자국 중심주의 규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자국 기업을 목표로 한 규제를 도입하는 게 맞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김여라 팀장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강세 속에 국내 플랫폼 기업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적과 영향력을 고려해 규제가 논의돼야 한다”며 “온라인콘텐츠 산업 활성화와 이용자 보호를 함께 고려한 가운데 규제가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하지 않도록 법률을 개정하고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선호 연구교수는 “플랫폼 규제 논의가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프레임에 갇히면서, 새로운 산업이 가진 기술적 특성과 기능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진흥의 관점에서 플랫폼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범수 한국방송학회장은 “두 차례의 세미나를 통해 국내 콘텐츠 산업이 직면한 도전과제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며 “앞으로도 국내 온라인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학계와 정부, 산업계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지난 7월 12일 1차 세미나에서 논의된 ‘국내 콘텐츠 산업의 도전과제와 발전 방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내 콘텐츠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을 검토하고, 공정하고 실질적인 법안 적용을 위한 정책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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